‘먹튀’에서 세계 정점으로. 발롱도르 품은 뎀벨레, 이제는 아스널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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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단맛은 묘하다.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고, 기어코 다시 그 잔을 들어 올리고 싶게 만드니까. 파리 생제르맹(PSG)의 주장 마르키뉴스의 말마따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인터밀란을 5-0으로 맹폭했을 때 라커룸을 휘감았던 그 짜릿한 공기는 여전히 선수단의 핏줄을 타고 흐르고 있다. 이제 그들은 부다페스트 푸스카스 아레나에서 구단 역사상 첫 빅이어를 노리는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널을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지독한 꼬리표를 떼어내고 마침내 유럽 축구의 꼭대기에 선 우스만 뎀벨레가 버티고 있다.
뎀벨레의 커리어는 말 그대로 한 편의 롤러코스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1억 7,500만 유로(약 2,879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하고도 잦은 부상과 널뛰는 폼으로 팬들에게 ‘역대 최악의 먹튀’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2023년, 5,040만 유로(약 826억 원)에 짐을 싸 파리로 넘어온 뒤 모든 게 변했다. 그는 2024~2025시즌 53경기에 출전해 35골 14도움을 몰아치며 팀의 트레블(리그1, 쿠프 드 프랑스, 챔피언스리그)을 하드캐리했다. 리그 득점왕과 올해의 선수를 석권한 데 이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15경기 8골 6도움으로 대회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그 압도적인 퍼포먼스의 결과는 23일 파리에서 열린 2025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증명됐다. 뎀벨레는 지난 시즌 62경기에서 21골 22도움을 올린 바르셀로나의 천재 라민 야말과 팀 동료 비티냐를 제치고 생애 첫 발롱도르를 품에 안았다. 레몽 코파, 미셸 플라티니, 장 피에르 파팽, 지네딘 지단, 그리고 2022년의 카림 벤제마에 이어 3년 만에 탄생한 6번째 프랑스 국적의 수상자였다.
당시 시상식은 사실상 PSG의 트레블을 자축하는 파티와도 같았다. 팀을 이끈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요한 크라위프 트로피(감독상)’를 챙겼고, 팀 동료 이강인은 SNS를 통해 뎀벨레의 수상을 격하게 반겼다. 물론 시상식을 빛낸 다른 별들도 있었다. 10대 선수 최초로 포디움(2위)에 오른 18세 야말은 2년 연속 코파 트로피로 위안을 삼았고, 여자부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아이타나 본마티가 3년 연속 발롱도르를 거머쥐며 역사를 썼다. 야신상은 지난 시즌 PSG의 골문을 지키다 현재 맨시티로 떠난 잔루이지 돈나룸마에게, 게르트 뮐러 트로피는 스포르팅과 대표팀을 오가며 62골을 꽂아 넣고 올 시즌 아스널의 유니폼을 입은 빅토르 요케레스에게 돌아갔다.
“이 트로피는 PSG 구성원 전체가 이룬 업적입니다. 저를 믿어준 나세르 알 켈라이피 회장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죠.” 발롱도르를 들어 올리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던 뎀벨레지만, 현재 그의 시선은 오직 눈앞의 결승전만을 향해 있다. 5월 초 종아리에 미세한 통증을 느꼈을 때도 그는 쿨하게 훈련을 멈추고 10~15일짜리 회복 사이클을 돌렸다. 결승전 결장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발롱도르가 자신이 축구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진 못하지만, 파리에 온 이후 짊어진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은 그를 더 굶주리게 만들었다고 그는 단언한다. 위대한 선수로 남으려면 이런 트로피를 몇 번이고 다시 들어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만만치 않다. 이번 시즌 아스널은 대회 통틀어 가장 견고한 방패를 자랑하며 무패로 결승까지 올라왔다. 데드볼 상황에서의 파괴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마르키뉴스는 “결국 디테일 싸움이 될 것”이라며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수비 블록을 어떻게 짤 것인지, 세트피스 공방전에서 누가 어떻게 공격하고 방어할 것인지 같은 미세한 전술적 판단이 빅이어의 향방을 가를 거란 얘기다.
동기부여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멀리 파리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차를 몰고 원정길에 오른 마르키뉴스의 아버지를 비롯해, 수많은 열성 팬들이 대륙을 가로질러 팀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한 번 맛본 영광의 기억은 결코 희미해지지 않는다.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을 증명해 낸 뎀벨레와 승리에 굶주린 파리 생제르맹은, 이제 또 다른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모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