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콕 힐스의 혹독한 시험대: 제126회 US 오픈, 그리고 뉴욕의 뜨거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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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목요일 뉴욕, 수많은 인파가 길 양옆을 가득 메운 가운데 스포츠계의 거인들이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끊임없는 환호와 축제 분위기,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기억에 새길 수많은 인터뷰가 이어지며 마침내 제126회 US 오픈의 막이 오른다. 뉴욕 사우샘프턴의 시네콕 힐스 골프 클럽에서 동틀 녘 첫 티샷이 날아가는 동안, 서쪽으로 약 85마일 떨어진 맨해튼 거리에서는 53년 만에 샌안토니오에서 NBA 정상에 오른 뉴욕 닉스의 우승을 축하하는 성대한 티커 테이프 퍼레이드가 펼쳐질 예정이다. 농구 코트에서 챔피언 반지를 거머쥐는 것과 시네콕 힐스의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험난한 여정일지 진지하게 연구해 볼 만한 주제다. 분명한 건 두 가지 쾌거 모두 지름길 따위는 없다는 사실이다.
골프 코스에서 농구의 슬램덩크를 볼 확률은 희박하지만, 이번 주 시네콕 힐스에서는 그만큼 기적 같은 샷들이 쏟아져야 할지도 모른다. 이 코스는 USGA가 그토록 집착하는 ‘파(Par) 방어’의 완벽한 전형이다. 2018년 브룩스 켑카가 1오버파 281타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1896년 두 번째 US 오픈을 개최한 이후 한동안 잊혀졌다가 최근 4번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자들의 스코어를 모두 합쳐도 고작 4언더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 코스의 악랄함을 대변한다. 파 70에 전장 7,440야드로 세팅된 이번 코스는 단순히 거리가 길어서 어려운 게 아니다. 매 라운드 70타만 쳐도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을 안겨주며 선수들의 모든 기량을 바닥까지 긁어내 시험하는 곳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해 생애 첫 메이저 톱10 진입을 노리는 마이클 킴의 사전 코스 답사 평가는 꽤 직관적이고 흥미롭다. 그는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긴 하지만, 이를 벗어날 경우 질긴 러프와 길게 자란 페스큐 풀숲에서 극심한 고전을 겪게 될 것이라며 차라리 안전하게 끊어가는 편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그린은 다소 푹신하고 공을 잘 받아주는 상태지만, 새포아풀(Poa) 특성상 표면이 울퉁불퉁한 데다 에어레이션(통기 작업) 자국까지 뚜렷하게 남아있어 퍼팅 라인을 읽는 게 극도로 까다로워졌다. 게다가 벙커 모래에는 돌과 조개껍데기까지 잔뜩 섞여 있어 플레이어들을 골탕 먹일 덫이 도처에 널려 있다.
무엇보다 시네콕 힐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무기는 변덕스러운 바람이다. 맨해튼 도심에 흩날릴 닉스 퍼레이드의 종이 꽃가루를 생각하면 낭만적이겠지만, 같은 시간 뻥 뚫린 롱아일랜드 해안가 코스를 강타할 거센 남서풍은 선수들의 멘탈을 찢어놓기에 충분하다. 마이클 킴 역시 예보된 15~20마일의 바람조차 막아줄 나무가 없어 체감상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넓어 보이는 그린도 10번과 11번 홀처럼 주변에 가파른 런오프(run-off)가 도사리고 있어 실제로는 터무니없이 작게 플레이되며, 퍼팅할 때조차 돌풍을 잘못 타면 홀을 완전히 벗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지독한 인내심 테스트를 통과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유력한 후보들은 누구일까. 현시점에서 가장 기대감을 모으는 선수는 단연 토미 플리트우드다. 2018년 이곳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필드 평균보다 9타나 낮은 63타를 몰아치며 준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최근 4개 대회에서도 두 번의 톱5를 기록하며 첫 메이저 제패를 위한 최적의 폼을 과시하고 있다. 그 뒤를 바짝 쫓는 매트 피츠패트릭의 기세도 매섭다. 2022년 US 오픈 챔피언인 그는 최근 RBC 캐나디안 오픈 일요일 경기에서 64타를 치며 준우승을 기록, 페덱스컵 랭킹 1위로 복귀했다. 2018년 시네콕 대회에서도 공동 12위로 선방하며 이미 코스 공략법을 증명해 냈다.
물론 스코티 셰플러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투어의 각종 세부 지표를 휩쓸고 있는 그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30세 생일에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다만 최근 어프로치 샷의 정교함이 다소 무뎌졌다는 점이 시네콕의 좁은 그린 공략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로리 매킬로이 또한 두 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 필요한 두 개의 퍼즐 조각 중 하나인 이번 대회를 벼르고 있다. 비록 2018년에는 컷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마스터스 이후 출전한 대회들에서 연이어 최상위권 성적을 내며 날 선 샷감을 유지 중이다. 마지막으로 욘 람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비록 PGA 챔피언십 우승은 에런 라이에게 내줬지만, 2018년 시네콕에서의 컷 탈락 이후 US 오픈에서 6개 대회 연속 컷 통과와 한 차례 우승을 챙기며 자신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결국 이들 모두 뉴욕의 찬란한 여름 햇살 아래, 자비 없는 바람과 기복 심한 그린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 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