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6월 2026

시청률은 오락가락, 트랙 위는 뜨겁다: 데니 햄린의 역사적인 3연승과 나스카의 현주소

1 min read

내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못 박았던 데니 햄린(Denny Hamlin)이 포코노 레이스웨이에서 열린 나스카 컵 시리즈(NASCAR Cup Series)에서 또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파죽의 3연승을 달성했다. 현재 컵 시리즈 최고령 풀타임 드라이버인 45세의 햄린은 이번 우승으로 개인 통산 64승을 기록, 지난달 패혈증으로 41세의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카일 부시(Kyle Busch)를 제치고 역대 최다승 단독 9위로 올라섰다. 지난주 부시와 타이를 이뤘을 때는 특별한 추모 세리머니를 했지만, 이번 주 체커기를 받을 때는 조용히 승리의 기쁨만을 만끽했다.

올 시즌에만 벌써 4승째(논포인트 올스타 레이스 제외)다. 이쯤 되면 2027년 조 깁스 레이싱(Joe Gibbs Racing)과의 계약이 끝난 후 정말 은퇴하는 게 맞냐는 만류가 쏟아질 법도 하다. 하지만 햄린은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내고 있음에도 은퇴 번복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금이 우리 팀의 최고 전성기인 건 분명해요. 매주 트랙에 나설 때마다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죠. 완벽하게 움직여주는 피트 크루 덕분입니다.”라며 팀에 공을 돌렸다. 재미있게도 이번 우승은 2006년 6월 11일 포코노에서 거둔 его 생애 첫 우승으로부터 거의 20년 만에 나온 결과다. 그해 포코노 레이스를 모두 휩쓸었던 햄린은 이곳을 “제2의 고향 같다”고 부른다.

단순한 1승 추가가 아니다. 통산 64승을 거둔 햄린에게도 3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처드 페티(1966년, 1967년), 바비 앨리슨(1971년), 대럴 월트립(1981년) 등 나스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인 이름들 옆에 햄린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간 순간이었다.

이날 트랙은 도요타의 잔치나 다름없었다. 햄린과 마이클 조던이 공동 소유한 23XI 레이싱의 타일러 레딕(Tyler Reddick)이 2위를 차지하며 원투 피니시를 장식했다. 레딕은 2위를 하고도 “11번(햄린)이 우승한 게 아니라면 꽤 괜찮은 하루였겠지만, 점수를 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현재 그는 컵 시리즈 순위에서 햄린을 19점 차로 앞서고 있다. 사실 도요타 드라이버들은 올 시즌 치러진 16번의 레이스 중 무려 10번을 싹쓸이했고, 그중 5번이 조 깁스 레이싱에서 나왔을 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쉐보레를 몬 헨드릭 모터스포츠(Hendrick Motorsports)의 윌리엄 바이런(William Byron)은 “넉 달 만에 처음으로 내 뜻대로 차의 밸런스를 맞추며 몰 수 있었다”며 3위로 들어왔고, 레거시 모터 클럽(Legacy Motor Club)의 존 헌터 네메체크(John Hunter Nemechek)가 4위를 기록했다. 특히 네메체크는 이날 42랩을 리드했는데, 이는 그가 지난 2년간 리드한 수치를 합친 것의 두 배에 달한다. 카일 라슨(Kyle Larson)이 5위, 에릭 존스(Erik Jones)가 6위로 뒤를 이으며 상위 6명 중 4명이 도요타 드라이버로 채워졌다.

한편, 지난 미시간 레이스에서 나스카 신형 자동차 도입 이후 가장 심각한 충격으로 기록된 사고를 당해 손목이 부러진 크리스토퍼 벨(Christopher Bell)의 투혼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인 승부수로 후반 18랩을 리드했지만, “레이스 완주가 목표인지 우승이 목표인지 헷갈릴 정도로 상황이 힘들었다”고 토로하며 결국 26위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재시작 상황에서 차량들이 세 줄로 늘어서고 미끄러지는 등 변수가 많아 버티기 역부족이었던 탓이다.

뜨거운 트랙과 달리, 잣대마다 엇갈리는 시청률 성적표

이렇게 트랙 위에서는 맹렬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지만, 장외에서는 시청률 집계 방식을 두고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벌써 3주째 나스카의 시청률 데이터는 어떤 기준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둔갑 중이다.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로 중계된 지난 미시간 컵 시리즈를 예로 들어보자. 닐슨의 공식 지표인 빅데이터+패널 기준으로는 평균 1.0의 시청률과 207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오후 6시 30분(동부 시간) 무렵에는 무려 2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으며, 작년(시청률 0.9, 시청자 177만 명) 대비 시청자 수가 17%나 껑충 뛴 올 시즌 최고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나스카가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예전 방식인 패널 전용(panel-only) 지표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 기준으로는 최고 시청자가 220만 명에 그쳤고, 평균 시청률 0.9에 시청자 수는 181만 명으로 오히려 작년(190만 명)보다 3% 줄어든 초라한 성적표가 나온다.

올 시즌 프라임 비디오에서 중계한 첫 세 번의 컵 시리즈 레이스는 빅데이터 기준으로 평균 245만 명을 기록해 작년(227만 명)보다 8% 상승했다. 세 경기 모두 빅데이터 수치가 패널 전용 수치를 두 자릿수 비율로 가뿐히 넘겼다. 흥미로운 건, 선형 TV(폭스 스포츠)로 중계된 9번의 포인트 레이스에서는 오히려 빅데이터 수치가 패널 전용 수치보다 살짝 낮게 나왔다는 점이다. 미시간 레이스는 잣대에 따라 전년 대비 시청률 증감 방향이 정반대로 엇갈린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참고로 닐슨의 방침상 올해의 빅데이터 수치는 작년의 패널 전용 수치와 비교해야 하므로, 공식적으로는 작년 190만 명에서 올해 207만 명으로 시청자가 약 10% 증가한 것이 맞다.

폭스 스포츠 중계 일정이 끝난 후, 나스카는 돌연 빅데이터 수치 공개를 중단하고 슬그머니 예전 방식인 패널 전용 데이터만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경기 직후 방송되는 포스트레이스 쇼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프라임 비디오 포스트레이스 쇼의 경우 빅데이터 기준으론 평균 110만 명이지만, 패널 기준으론 59만 1천 명에 불과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사실 다른 스포츠들도 이런 식의 데이터 편차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스포츠 업계에서 패널 전용 수치를 굳이 공개하는 곳은 나스카뿐이라 유독 이 비교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해군 기지 한복판에서 열리는 사상 첫 스트리트 레이스

복잡한 시청률 계산기는 잠시 내려두고, 팬들의 시선은 이제 나스카 역사상 단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낯선 무대로 향하고 있다. 다음 레이스는 샌디에이고 코로나도 해군 기지(Naval Base Coronado)에서 열리는 스트리트 레이스다. 현역 군사 기지 내부에서 나스카 대회가 열리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꽉 찬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 대회는 지난 3년 연속으로 치러진 시카고 대회에 이어 나스카 현대 시대의 두 번째 스트리트 코스 레이스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더군다나 미국 해군 창설 250주년 기념행사와 맞물려 열리는 만큼 엄청난 볼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시청률 지표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군함과 전투기를 배경으로 펼쳐질 이 역사적인 이벤트에서 데니 햄린의 무서운 연승 질주가 계속될 수 있을지가 최대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