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5월 2026

빛나는 선발진과 위태로운 뒷문, 삼성의 대권 퍼즐은 ‘베테랑 송은범’으로 완성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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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뻔한 격언이 있다. 하지만 지금 삼성 라이온즈의 야구를 보면 이 말만큼 마운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보여주는 예시도 없다.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파죽의 3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지만, 동시에 리그 최다 블론세이브라는 그림자가 벤치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진의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 당분간 삼성의 ‘선발 야구’가 리그를 지배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양창섭의 데뷔 첫 완봉 역투: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나왔다. 9이닝 동안 피안타 단 1개, 사사구 없이 탈삼진 6개를 솎아내며 10-0 대승을 이끌었다. “당초 목표는 4이닝 1실점이었는데 장승현 선배의 리드 덕에 9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는 그의 말처럼, 투구 수 관리마저 완벽해 벤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마운드에 올라 완봉을 완성해 냈다.

  • 아리엘 후라도의 지독한 아홉수 탈출: 호투하고도 승리와 연이 닿지 않았던 외인 투수 후라도 역시 드디어 웃었다. 27일 인천 SSG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와 4회 수비 실책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미끄러운 마운드 위에서도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겠다”며 7이닝 1실점(비자책) 짠물 피칭을 선보였고, 지난달 16일 대전 한화전 이후 무려 41일 만에 귀중한 시즌 3승째를 챙겼다.

  • 최원태의 화려한 귀환: 우측 어깨 통증을 털고 돌아온 최원태는 28일 SSG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8탈삼진이라는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화려한 복귀 신고를 했다. 강민호, 이재현, 박계범, 최형우가 연달아 대포를 가동하며 화끈한 득점 지원까지 해줬으니, 투타 밸런스의 정석을 보여준 셈이다.

무너지는 불펜, 삼성이 ‘불혹의 승부수’를 던진 이유

하지만 이 화려한 선발 야구 이면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존재한다. 바로 헐거워질 대로 헐거워진 ‘뒷문’이다. 이번 시즌 삼성이 기록한 블론세이브만 무려 18차례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불명예 1위다.

지난해 38번의 역전패라는 악몽을 겪은 뒤, 오프시즌 동안 김재윤과 임창민을 수혈하며 불펜 단속에 사활을 걸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즌 초반 반짝 효과를 봤을 뿐 갈수록 과부하가 걸리며 체력 저하를 노출하고 있다. 믿었던 오승환과 김재윤마저 나란히 5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23~24일 치러진 한화전만 복기해 봐도 경기 후반 불펜 방화로 다 잡은 경기를 헌납해야 했다. 아무리 선발이 퀄리티 스타트를 찍고 타선이 점수를 뽑아줘도, 뒤를 책임질 필승조가 붕괴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삼성이 불혹을 넘긴 베테랑 투수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삼성 구단은 25일 잔여기간 연봉 5000만 원, 옵션 3000만 원에 송은범과 전격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부터 경산 재활군에 합류해 조용히 몸을 만들며 칼을 갈아온 그는, 7월 중순 구단 자체 라이브 피칭 테스트를 통과하며 당당히 사자 군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03년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해 KIA, 한화, LG를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송은범은 통산 88승 95패 57홀드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 중인 잔뼈 굵은 투수다. 지난해 LG에서 단 4경기에 등판해 3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치며 방출의 아픔을 맛봤지만, 21시즌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쌓은 경험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당장 빡빡한 승부처에 기용되지 않더라도, 체력이 바닥난 불펜진에서 롱릴리프나 궂은일을 도맡아줄 베테랑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믿고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하며, 젊은 후배들과 소통하며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그의 다짐처럼, 마운드 안팎에서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해주는 것 역시 벤치가 강하게 기대하는 바다.

29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는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을 필두로 잭 오루클린, 그리고 완봉의 사나이 양창섭이 차례로 출격 대기 중이다. 굳건한 선발진이 밥상을 차리는 패턴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과연 새롭게 합류한 송은범이 위태로운 불펜의 조각을 맞추고 삼성의 선두 수성에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수 있을지, 마운드의 극단적인 명암 속에서 삼성의 남은 시즌 운영이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