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5월 2026

모리뉴의 응답만 남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절망, 그리고 다 루스에서 쏘아 올린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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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 리그 타이틀을 헌납한 엘 클라시코의 참패. 레알 마드리드는 지금 뼈아픈 상처를 핥으며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가 남긴 영광의 시대는 지나갔고, 구단 수뇌부가 반신반의하며 800만 유로를 쥐여주고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데려온 사비 알론소 체제는 결국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라커룸의 기강은 무너졌고 그라운드 위의 경기력은 길을 잃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빼든 칼은 전면적인 쇄신이며, 그가 점찍은 단 한 명의 적임자는 바로 조제 모리뉴다.

묘하게도 갑을 관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때 토트넘, 로마, 페네르바체 등을 전전하며 유럽 축구의 주류에서 밀려난 듯했던 모리뉴는 벤피카에서의 화려한 부활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레알의 러브콜을 관망 중이다. 오히려 목이 마른 쪽은 레알 마드리드다. 두 사람 사이엔 이미 30분가량의 화상 통화가 오갔고, 모리뉴의 요구 조건은 꽤나 구체적이고 단호했다. 2년 보장 계약에 양측 합의에 따른 1년 연장 옵션, 구단 대변인직 신설, 페레스 회장과의 직통 라인 보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1군 피지컬 코치 안토니오 핀투스의 경질이다. 감독 입장에선 라커룸 내 회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스파이를 두고 싶지 않은 게 당연지사다. 과거 안첼로티조차 자신의 사단에 합류시키길 꺼렸던 핀투스의 거취 문제까지 페레스 회장은 흔쾌히 수용했다.

이제 남은 건 모리뉴의 전화 한 통뿐이다. 모리뉴와 벤피카의 계약은 1년 남아있지만, 600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하면 언제든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레알 구단 사무실이 초조해하는 이유는 이 바이아웃의 유효 기간이 5월 말까지이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토록 모리뉴에게 매달리는 작금의 상황은 지독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불과 몇 달 전, 레알 마드리드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으며 이번 위기의 불씨를 당긴 장본인이 바로 모리뉴의 벤피카였기 때문이다.

시계바늘을 지난 1월 포르투갈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로 돌려보자. 2025-2026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마지막 8차전. 두 팀 모두 승점과 골 득실을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이었다. 레알은 킬리안 음바페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벤피카는 안드레아스 시엘데루프와 방겔리스 파블리디스의 연속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전 시엘데루프가 격차를 벌린 뒤 음바페가 다시 만회골을 터뜨리며 추격하는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승부의 추가 기운 건 정규시간이 끝난 후였다. 레알의 라울 아센시오와 호드리구가 경고 누적으로 연달아 쫓겨나며 수적 열세에 몰렸고, 추가시간의 추가시간에 기적이 일어났다. 마지막 기회였던 프리킥 상황, 공격에 가담한 벤피카 골키퍼 아나톨리 트루빈이 몸을 날려 머리로 극장골을 꽂아 넣은 것이다. 4-2. 모리뉴가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골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레알을 꺾은 것은 영광”이라며 치켜세웠던 바로 그 경기다.

이 경기의 파장은 엄청났다. 아스널이 8전 전승 1위로 가볍게 통과하고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등이 여유롭게 16강에 안착하는 동안, 레알 마드리드는 9위로 굴러떨어지며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조차 11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마당에,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은 산산조각이 났다. 반면 벤피카는 트루빈의 천금 같은 득점 덕에 마르세유를 골 득실 1골 차로 제치고 기적처럼 24위 플레이오프 막차에 탑승했다.

하지만 모리뉴의 마드리드 귀환엔 전술적인 문제보다 훨씬 껄끄러운 앙금이 라커룸에 남아있다. 다 루스에서의 맞대결 당시 불거졌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루카 프레스티아니의 충돌 사건이다. 비니시우스는 프레스티아니가 자신을 향해 인종차별적 모욕을 했다며 프로토콜을 가동했다. (이후 프레스티아니는 동성애 혐오 발언이었음을 시인하며 6경기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모리뉴의 스탠스는 레알 팬들과 비니시우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는 소속 선수를 비판하기보다 득점 후 비니시우스의 세리머니를 문제 삼았다. 모리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니시우스에게 ‘너는 엄청난 골을 넣었는데 왜 펠레나 디 스테파노, 에우제비우처럼 축하하지 않고 유별나게 구느냐’고 물었다”며 화살을 돌렸다. 또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니 어느 쪽도 믿지 않겠다”며 철저히 선을 그었다.

과연 이 아슬아슬한 동거가 무사히 성사될 수 있을까. 구단의 운명을 쥐고 흔들게 된 콧대 높은 포르투갈인 감독과, 그가 남긴 뼈아픈 패배와 상처를 안고 뛰어야 하는 마드리드의 에이스. 얽히고설킨 서사를 뒤로한 채, 마드리드의 시계는 모리뉴의 결단만을 기다리며 5월의 끝을 향해 초조하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