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코트 바닥에서 완성된다: 닉스의 무자비한 압승과 디아바테가 증명한 ‘허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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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닉스가 애틀랜타 호크스를 말 그대로 산산조각 내며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140-89. 목요일 밤 우리가 목격한 건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NBA 플레이오프 역사에 남을 무자비한 학살극이었다.
전반전에만 무려 47점을 앞서며 역대 플레이오프 전반전 최다 점수 차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한때는 61점 차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96-97시즌 플레이오프 실황 중계 데이터가 집계된 이래 이토록 압도적인 리드는 없었다. 닉스가 쏟아부은 140점은 프랜차이즈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 기록이고, 51점 차의 최종 스코어 역시 역대 타이 기록에 단 7점이 모자란 수치였다.
경기 시작 팁오프부터 코트를 지배한 건 OG 아누노비였다. 27분 동안 코트를 누비며 야투 14개 중 11개를 림에 꽂아 넣고 29점을 쓸어 담았다. 미칼 브릿지스는 24점을 보탰고, 칼 앤서니 타운스는 리바운드 11개, 득점 12점(자유투 10개), 어시스트 10개로 시리즈 두 번째 트리플 더블을 완성했다. 이들 3인방은 4쿼터가 시작되기도 전에 벤치로 물러나 여유롭게 조기 퇴근을 즐겼다. 닉스의 다음 상대는 보스턴 셀틱스 아니면 필라델피아 76ers다.
하지만 이 미친듯한 화력 쇼보다 더 노골적으로 다가온 건 닉스 선수들이 보여준 집념이었다. 이날 닉스는 농구 코트를 마치 슬라이딩 파크처럼 썼다.
제일런 브런슨이 루즈볼을 향해 몸을 날리자 타운스도 호크스의 무하메드 게예 위로 점프해 점프볼을 만들어냈다. 호세 알바라도 역시 바닥을 뒹굴었고 타운스는 또다시 몸을 던졌다. 아누노비는 쉴 새 없이 패스 길을 끊어내며 호크스 공격수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어쩌다 아누노비의 존재를 잊고 패스를 찌르면 어김없이 그의 손끝에 공이 걸렸다.
시리즈 초반 닉스는 익숙하지 않은 라인업을 돌리다 스텝이 꼬였고, 특유의 텐션이 풀린 채 1-2로 끌려갔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4차전부터 이들은 각성했다. 목적의식을 뚜렷하게 가지고 컷인 빈도를 높였고, 스크린은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어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그들은 절박하게 몸을 던졌고, 그 처절한 투지가 결국 누구도 예상 못한 역사적인 대승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화려한 득점 스탯 뒤에 숨겨진 진흙탕 싸움, 이른바 ‘허슬(Hustle)’은 종종 한 팀의 운명을 통째로 뒤바꾼다. 그리고 샬럿 호네츠의 무사 디아바테가 이번 2025-26 시즌 기아(Kia) NBA 허슬상 수상자로 호명된 배경 역시 이 궤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기자단 투표가 아닌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공식을 따르는 이 상은, 박스스코어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매일 밤 승리에 직결되는 궂은일의 가치를 평가한다. 디아바테의 이번 시즌 지표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58경기, 평균 24분 이상을 소화한 124명의 선수 중 그는 분당 공격 박스아웃 1위(0.0537회), 스크린 어시스트 4위(0.1122회), 2점 슛 컨테스트 10위(0.2001회) 등 허슬 전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샬럿의 올 시즌 행보는 드라마틱했다. 12월 22일까지만 해도 9승 20패로 리그 전체 승률 24위에 허덕이던 팀이, 다음 날부터 시즌 종료까지 35승 18패를 기록하며 해당 기간 리그 승률 6위로 수직 상승했다. 그 반전의 트리거가 바로 12월 23일, 디아바테가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순간이었다.
라멜로 볼, 콘 크누펠, 마일스 브릿지스, 브랜든 밀러 등 화려한 득점원들 사이에서 디아바테는 기꺼이 블루워커를 자처했다. 샬럿의 외곽 슈터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 묵직한 스크린을 걸었고, 그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샬럿은 스크린을 활용한 포제션당 득점에서 리그 5위(1.07점)를 기록했다.
끊임없이 박스아웃을 걸고 보드를 장악한 덕에 샬럿은 세컨드 찬스 득점 리그 2위(17.8점)로 올라섰다. 50대 50의 경합 상황이면 어김없이 공을 향해 돌진해 상대의 트랜지션을 끊어냈고(분당 루즈볼 획득 8위), 가드부터 센터까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컨테스트에 참여하며 팀을 리그 탑5 수비 지표로 이끌었다.
물론 평균 7.9득점(야투율 63.1%), 8.7리바운드, 1.9어시스트, 1.0블록이라는 그의 데뷔 4년 차 성적표도 훌륭하다. 이전 3년을 합친 것보다 거의 3배나 많은 20번의 더블더블을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숫자들만으로는 지난 시즌 대비 25승을 더 챙긴 샬럿의 반전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닉스가 애틀랜타의 숨통을 끊어버릴 때 보여준 코트 위의 뒹굼과, 디아바테가 샬럿의 뼈대가 되며 증명한 이타적인 투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피와 땀으로 얼룩진 이들의 플레이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결국 코트 위에서 가장 묵직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무릎을 꿇는 자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