뎁스와 버티기의 미학: 불펜 수혈 나선 삼성, 부상 암초 만난 샌디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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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의 뒷문이 또다시 위태롭다. 지난해 무려 38번이나 역전패의 쓴맛을 본 뒤 오프시즌 동안 김재윤과 임창민을 수혈하며 불펜 단속에 사활을 걸었지만, 레이스가 중반을 넘어서며 과부하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24일 기준으로 오승환과 김재윤이 각각 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나란히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고, 팀 전체로 넓혀보면 도합 18차례나 다 잡은 승리를 날렸다. 10개 구단 중 압도적인 최다 기록이다. 당장 23일과 24일에 치러진 한화전마저 경기 후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내리 역전패를 당했으니 벤치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삼성이 꺼내든 카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불혹의 베테랑 송은범이었다. 구단은 25일 잔여기간 연봉 5000만 원, 옵션 3000만 원에 송은범과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 지난 5월 중순부터 경산 볼파크 재활군에 합류해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고, 7월 중순 라이브 피칭을 통해 구단 자체 최종 테스트까지 무사히 통과한 상태였다. 2003년 1차 지명으로 SK(현 SSG) 유니폼을 입은 뒤 KIA, 한화, LG를 두루 거치며 통산 88승 95패 57홀드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57을 남긴 그의 이력은 꽤 묵직하다. 비록 지난해 LG 소속으로 단 4경기에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을 던진 뒤 방출의 수모를 겪었지만, “믿고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하며 젊은 선수들과 소통해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본인의 각오처럼 21년 묵은 관록은 쉽게 폄하할 수 없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던 경험이 후반기 체력이 바닥난 삼성 불펜진에 작은 숨통이라도 틔워주고 젊은 투수들의 멘토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구단의 솔직한 기대치다.
이처럼 시즌 중반의 순위 싸움은 결국 이탈한 전력을 어떻게 메우고 가용 자원을 쥐어짜 내느냐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태평양 건너 메이저리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마운드 전체의 안정감과 직결되는 안방마님의 이탈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주전 포수 루이스 캄푸사노의 상황이 딱 그렇다. 지난 5월 5일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발을 정통으로 맞으며 발가락 골절 판정을 받았던 캄푸사노가 최근 조심스럽게 야구 관련 훈련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만 구단 안팎의 시선이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골절의 정도가 크지 않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선수 본인이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당장 실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는 어렵다.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통증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전까지는 복귀 시점을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캄푸사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프레디 페르민과 로돌포 두란이 샌디에이고의 빅리그 마스크를 쓰며 징검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어느 무대든 긴 레이스를 버텨내는 힘은 화려한 선발 라인업보다, 이빨이 빠졌을 때 그 잇몸을 어떻게 채워 넣느냐에서 나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