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봄바람 부는 왓킨스 글렌: 트랙하우스의 ‘트리플 듀티’ 도전과 플레이오프 귀환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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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핑거 레이크스 지역에 변덕스러운 봄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왓킨스 글렌 인터내셔널이 이례적인 5월의 나스카(NASCAR) 주말을 맞이했다. 1957년 나스카 캘린더에 데뷔한 이래 주로 8월 늦여름의 열기 속에서 치러졌던 레이스지만, 올해는 일정 변경으로 인해 트랙 안팎으로 꽤나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돈 버류 트랙 회장은 쌀쌀해진 날씨에 맞춰 반팔 티셔츠 위주였던 굿즈 라인업을 긴팔 위주로 싹 갈아엎어야 했다. 심지어 어머니의 날을 겨냥해 지난가을부터 팀원들과 트랙 곳곳에 튤립을 심으며 색다른 봄맞이를 준비했다고 하니, 갑작스러운 이른 일정에 대처하는 트랙 관계자들의 발 빠른 유연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트랙 밖의 평화로운 튤립 밭과는 달리, 트랙 위는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컵 시리즈에서 한솥밥을 먹는 트랙하우스 레이싱 소속의 셰인 반 기스버겐, 코너 질리쉬, 로스 체스테인에게 이번 주말은 체력과 집중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다. 이들은 금요일 오후 4시 30분(미 동부시간 기준)에 열리는 뷸리 힐 빈야드 176을 시작으로 주말 내내 세 개의 클래스를 모두 소화하는 혹독한 ‘트리플 듀티’에 나선다. 반 기스버겐과 체스테인은 니스 모터스포츠의 운전대를 잡고, 질리쉬는 지난주 텍사스 우승자인 카슨 호세바와 함께 스파이어 모터스포츠 소속으로 첫 승을 노린다. 특히 컵 시리즈 디펜딩 우승자인 반 기스버겐에게 이번 금요일 레이스는 트럭 시리즈 로드 코스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쏠린다.
이번 트럭 시리즈 엔트리를 찬찬히 뜯어보면 흥미로운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 작년 이맘때 로드 코스 5연승을 달리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코리 하임이 불참하면서, 이번 그리드에는 왓킨스 글렌 우승 경험자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틈을 타 지난 2월 세인트피터즈버그 로드 코스 개막전에서 우승했던 프론트 로우 모터스포츠의 레인 릭스가 다시 한번 칼을 갈고 있다. 여기에 콜리그 레이싱의 25번 프리 에이전트 램 트럭을 타고 깜짝 출전하는 로드 코스 스페셜리스트 AJ 알멘딩거도 판을 흔들 복병이다. 그는 왓킨스 글렌에서 컵 시리즈 첫 승을 거뒀던 특별한 기억을 회상하며, 트럭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도 선두권에서 퀄리티 있는 레이스를 펼치겠다는 노련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더불어 이번 레이스는 모터스포츠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꽤나 상징적인 이벤트다. 나탈리 데커, 토니 브라이딩어, 데스티니 스펄록 등 세 명의 여성 드라이버가 동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2020년 데이토나에서 5위를 기록하며 트럭 시리즈 여성 드라이버 최고 성적을 보유한 데커의 노련함도 관전 포인트지만, 무엇보다 스펄록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흑인 여성 최초로 나스카 3대 내셔널 시리즈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쓰는 그녀가 지난 4월 캔자스 ARCA 시리즈 데뷔전 톱 10 피니시의 기세를 트럭 시리즈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렇듯 눈앞의 봄날 레이스가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사실 이번 주말 왓킨스 글렌을 찾은 캠퍼들과 팬들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한 진짜 뉴스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내년인 2027년 시즌, 왓킨스 글렌이 10경기로 치러지는 체이스(플레이오프) 일정의 극초반부로 화려하게 복귀한다는 소식이다. 올해 샬럿 모터스피드웨이가 가을 레이스를 로발에서 전통적인 1.5마일 오벌로 되돌리면서 포스트시즌에서 로드 코스가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하지만 2024년 크리스 부셔와 반 기스버겐이 마지막 랩까지 명승부를 펼쳤던 그 9월의 짜릿함을 잊지 못한 나스카는 다시 한번 왓킨스 글렌을 플레이오프의 전초전 격으로 격상시켰다. 글레노라 와이너리에서 반 기스버겐과 함께 팬 투어를 진행하던 버류 회장 역시 이 소식을 전하며 한껏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플레이오프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 첫 무대로서 이 2.45마일의 유서 깊은 서킷만큼 완벽한 곳은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일요일 컵 시리즈 ‘고 볼링 앳 더 글렌’은 왓킨스 글렌 역사상 가장 이른 시기에 열리는 컵 레이스로 기록될 예정이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도버의 새로운 올스타전, 샬럿의 코카콜라 600, 그리고 내슈빌 슈퍼스피드웨이로 이어지는 나스카의 숨 가쁜 하이라이트 일정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계절에 맞지 않는 서늘한 바람 속에서 누군가는 살아남아 트리플 듀티의 승자가 될 것이고, 누군가는 내년 가을의 화려한 플레이오프를 기약할 것이다. 트랙 주변에 만개한 튤립 위로 굉음을 내며 질주할 스톡카들, 이 언밸런스하면서도 매력적인 풍경이야말로 올해 왓킨스 글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