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떠난 토트넘의 새 판 짜기, 개막전 완승부터 ‘특급 유망주’ 귀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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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LAFC 유니폼을 입고 미국프로축구(MLS) 선발 데뷔전을 치르던 지난 17일, 축구 중계 유튜브 채널에 달린 이 댓글은 지난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토트넘에 정들어버린 국내 팬들의 헛헛한 심경을 대변한다. 하지만 팬들의 우려와 달리, 런던 안방에서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을 맞이한 토트넘은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반전을 선사했다.
승격팀 번리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둔 이번 경기는 손흥민이 떠난 이후 토트넘이 기록한 첫 승리다. 지난 시즌 리그 17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감독 교체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경기력은 단단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새롭게 주장 완장을 차고 중심을 잡은 가운데, 공격진의 파괴력이 유독 빛났다. 그 선봉에는 지난 시즌 잦은 부상으로 리그 4골에 그치며 팬들의 원성을 샀던 히샤를리송이 있었다. 전반 10분 터진 벼락같은 오른발 발리슛에 이어 후반 15분 그림 같은 오버헤드킥까지 완성한 그는 축구 통계 매체 풋몹으로부터 양 팀 최고 평점인 9.1점을 부여받았다.
신임 사령탑 토마스 프랑크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도 첫판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이적료만 무려 5500만 파운드(약 1023억 원)를 쏟아부어 데려온 신입생 모하메드 쿠두스는 이날 히샤를리송의 두 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엄청난 시너지를 증명했다. 프랑크 감독이 과감하게 꺼내든 히샤를리송-쿠두스-브레넌 존슨 스리톱 카드는 후반 21분 존슨의 쐐기골까지 만들어내며 완벽하게 적중했다. 경기 후 프랑크 감독이 “우리 팀에는 승리를 끌어내는 스트라이커가 있다”며 흡족해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활력을 되찾은 히샤를리송이 프랑크 감독의 꿈같은 출발을 도왔다”며 ‘포스트 손흥민’ 체제의 연착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1군 무대가 새로운 공격 조합으로 뼈대를 맞춰가고 있는 사이, 바다 건너 독일에서도 토트넘의 미래를 책임질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는 것이다. 독일 2부리그 함부르크 SV(HSV)로 임대되어 잠재력을 폭발시킨 19세 크로아티아 출신 센터백 루카 부슈코비치가 원소속팀인 토트넘 복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부슈코비치는 SC 프라이부르크와의 경기에서 직접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끈 직후, 믹스트존에서 독일 매체 키커와 만나 “99.9% 확신하건대, 오늘이 내 고별전이었다”고 밝혔다. 폴크스파르크슈타디온에서 치른 이 의미 있는 마지막 홈경기를 위해, 현재 도핑 징계 중이지만 오는 11월 그라운드 복귀를 앞둔 형 마리오 부슈코비치와 부모님이 직접 관중석을 찾아 응원을 보냈다. 부슈코비치는 “팀을 도울 수 있어 행복했고 이 클럽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며 함부르크 팬들에게 짙은 여운의 인사를 남겼다.
지난여름 함부르크에 합류한 부슈코비치의 활약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스널에서 임대 온 미드필더 파비오 비에이라와 함께 팀 내 최다 득점(6골) 공동 1위에 오를 정도로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함부르크의 메를린 폴친 감독은 원소속팀으로 돌아갈 두 임대생에게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고자 후반 추가시간 이들을 나란히 교체 아웃시키는 배려를 보여주기도 했다. 폴친 감독이 “환상적인 시즌을 보낸 이 선수들을 1년 동안 지도할 수 있어 특권이었다”고 극찬했듯, 한층 성숙해져 런던으로 돌아올 부슈코비치의 존재는 새 판을 짜는 토트넘에 엄청난 활력소가 될 것이다.
거대한 기둥이었던 선수가 떠난 자리는 늘 불안감을 동반하지만, 현재 토트넘은 예상을 깨고 훨씬 더 역동적인 자원들로 그 공백을 메워나가고 있다. 10년 만에 맞이한 낯선 풍경 속에서도, 런던의 시간은 꽤나 희망적으로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