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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원의 Box to Box] 백조, 다시 날아오를 세 가지 방법
정일원 기자 | 승인 2015.11.15 17:03

[정일원의 Box to Box]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인생이라면 축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축구 역시 ‘우리 편 골대에서 상대 편 골대 사이’ 그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Box to Box]에는 이처럼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편집자 주]

“습관의 타파는 변화와 쇄신의 전제 조건으로 단순한 결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자극, 열망, 의지가 필요하다. 위기는 이러한 조건을 제공하며, 변화의 유일한 원동력이다.”- 로버트 워터먼1)

비상(飛上)이 아니라 ‘비상(非常)’이다. 지난 시즌 구단 최고 승점 기록을 경신(56점) 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던 웨일스의 백조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가 올 시즌 거듭되는 부진으로 나락의 길을 걷고 있다. 리그 12라운드 일정을 끝마친 현재 스완지의 순위는 14위. 강등권과의 승점 차는 단 5점에 불과하다. 전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까지 넘보던(지난 시즌 8위) 백조의 우아한 자태는 올 시즌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시즌 기성용을 비롯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주축 선수들의 잔류와 아예우, 에데르, 타바누, 노드펠트로 이어지는 알짜배기 영입은 15/16 시즌 스완지의 도약에 날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리그 개막전서 디펜딩 챔피언 첼시를 상대로 2-2 무승부, 이어지는 리그 세 경기서 2승 1무라는 쾌조의 출발을 보인 스완지는 이어지는 리그 8경기 동안 거짓말처럼 단 한 번의 승리(1승 2무 5패)만을 거두며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시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변하는 법. 선수, 감독, 팬, 심지어 축구공까지 달라지는 이 축구판에서 ‘변화 없음’의 결과는 ‘도태’ 되는 것뿐이다. 지난 시즌 유기적인 전술 변화와 효율적인 로테이션의 활용으로 어느 팀보다 다채로운 팀 색깔을 발산했던 스완지는 올 시즌 자신의 때깔에 지나치게 도취된 나머지 변화에 인색해졌다. 큰맘 먹고 바꾼 색깔은 밋밋하기 그지없었고, 한발 늦은 변화는 상대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을 혼란시키기 십상이었다.

위기의 백조가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을까. 날아오를 수 있다면 대체 그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변화’에 있다. 15/16 시즌 재도약을 위해선 과감함과 신속함이 곁들여진 ‘세심한’ 변화가 필요하다.

# 써라, 다르게

지난 시즌 기성용(8골) 다음으로 많은 골을 기록한 길피 시구르드손은 득점(7골)뿐만 아니라 10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스완지의 공격을 책임졌다. 3선의 기성용-셸비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은 2선의 시구르드손을 거쳐 양 측면으로 뿌려지거나 최전방의 고미스로 바로 연결돼 다채로운 공격기회로 이어졌다. 하지만 프리시즌부터 급격한 폼 저하를 보인 시구르드손은 리그 시작과 함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리그 11경기에 출전해 3개의 공격 포인트(2골 1도움)를 만들어냈지만, 경기의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확실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2선의 축이 흔들리면서 1선과 3선의 괴리감은 더욱 커졌다. 2선을 거쳐 1선으로 날카롭게 들어가던 스루패스는 3선에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고, 공의 출발과 자신의 출발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최전방의 고미스는 멀어진 시야 탓에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오프사이드(원래 오프사이드 반칙이 많은 선수이긴 하지만)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스완지에는 시구르드손을 대체할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이 둘씩이나 있다는 점이다.

스완지 기존 4-2-3-1 (좌) / 스완지 변형 4-2-3-1(우)

지난 시즌 팀 내 최고 득점을 기록한 기성용과 8개의 공격 포인트(3골 5도움)를 기록한 셸비는 창의적인 패스는 물론 강력한 중거리 슛까지 장착한 멀티 자원이다. 부진에 빠진 시구르드손 대신 기성용 혹은 셸비가 2선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공백이 생긴 3선의 한자리엔 지난 시즌 최고의 영입으로 평가받는 잭 코크를 배치한다면, 스완지 특유의 중원에서의 빌드업은 물론 창의적인 공격 전술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 바꿔라, 과감하게

프랑크 타바누(좌) / 에데르(우)

프리 시즌 동안 이루어진 알짜배기 영입은 스완지의 15/16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실제로 리그앙(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이적해온 안드레 아예우는 리그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해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고 있지만, 정작 나머지 이적생들은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시즌 리그앙 AS 생테티엔에서 31경기에 출전해 1골 5도움을 기록한 측면 수비수 프랑크 타바누와 수페르리가(포르투갈) SC 브라가에서 29경기 10골을 기록한 최전방 공격수 에데르는 부족한 출전 기회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몽크 감독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왼쪽 측면 수비수 닐 테일러는 리그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지만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의 오버래핑은 공격 작업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올 시즌 테일러 쪽에서 올라오는 날카로운 크로스 횟수는 지난 시즌보다 현저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풀백의 공격 능력 부재는 팀의 빈곤한 득점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고, 실제 올 시즌 스완지는 고미스, 시구르드손, 아예우 단 세 명만이 골을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골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에데르-타바누를 포함한 스완지의 4-2-3-1

이러한 상황에서 공격 능력을 갖춘 타바누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근 급격한 폼 저하를 보이고 있는 좌측면의 몬테로와 함께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리그 초반만큼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몬테로 대신 측면에 라우틀리지나 바로우가 출전한다면 스완지의 좌측면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공격 조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타바누에 비해 출전 기회(리그 10경기 교체출전)는 꾸준히 부여받고 있지만 너무나 짧은 시간(평균 출전 시간 12.6분)만이 허락되고 있는 또 다른 이적생 에데르를 좀 더 이른 시간에 투입한다면(혹은 과감하게 고미스 대신 선발로 기용한다면) 충분히 2선 공격진들과 또 다른 케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움직여라, 유연하게

지난 시즌 기성용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변화’를 골자로 한 게리 몽크 감독의 유기적인 전술 운용이었다. 탄탄한 2-3선 자원을 적극 활용한 4-2-3-1 전형과 ‘기성용-셸비’ 조합의 공격력을 십분 발휘하게 만든 다이아몬드 4-4-2 (4-3-1-2)전형의 유기적 병행은 상대의 전력과 상황에 따라 알맞게 조절돼 스완지의 전술적 완성도를 한층 더 견고히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변신의 귀재 스완지가 변화에 ‘인색’해 진 것이다. 지난 시즌 형세가 불리하면 경기 중에도 적극적인 전술 변화와 선수 교체를 통해 상황을 타개해 나갔던 스완지였지만 올 시즌 경기에선 그러한 유연함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4-2-3-1 일변도의 전술 운용은 상위팀들에게 간파당한지 오래 이고, 전 시즌 적극적으로 병행했던 4-3-1-2 전형도 올 시즌 들어 그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4-3-1-2 전형에서 자신들의 공격 능력을 맘껏 뽐냈던 기성용과 셸비가 아직까지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것도 이러한 전술적 획일화에 기인한다.

스완지 기존 4-3-1-2(좌) / 스완지 변형 4-1-4-1(우)

따라서 올 시즌 플랜 A로 설계한 4-2-3-1 전형과 4-3-1-2 전형의 유기적 병행이 이루어진다면 침묵하고 있는 기성용과 셸비의 공격 본능을 끌어내는 동시에, 측면 공격수들에게 체력적 안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밀집 수비를 펼치는 상대를 만났을 경우 3선에 수비적 역할에 충실한 잭 코크 1명만을 세우고, 2선에 4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1-4-1 전형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올 시즌 빈곤한 득점력을 끌어올리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기성용이 2선에 배치된다면 필요 시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3선까지 수시로 내려와 수비적 역할을 수행함은 물론 원활한 빌드업까지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4-1-4-1 전형이 가지는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스완지의 다양한 전술 스펙트럼을 완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지난 시즌 백조는 단 한 번도 올라가 보지 못한 상공(上空)의 공기를 맛봤다. 그곳의 공기는 너무나 상쾌했고, 백조는 새로운 기류에 안주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상공의 날씨는 금세 요동쳤고 좀 더 많이, 다르게 날갯짓을 해보지 않았던 백조는 그대로 육지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습관을 고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습관이 과거의 ‘성취’와 결부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서두에서 인용한 로버트 워터먼의 말처럼 습관의 타파는 위기로부터 시작된다. 위기는 곧 절망이지만 동시에 ‘오기’가 되기도 한다. 오기가 의지가 되는 순간 변화는 일어난다. '위기'의 스완지가 변할 수 있는, 변해야만 하는 이유다.

<사진1,3> ⓒ 스완지 시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진2,4~5> ⓒ BEFF REPORT (그래픽: 정일원)

1one@beffreport.com

1) 로버트 워터먼Robert H. Waterman, Jr -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공저자. 이 책이 출간된 후 21년 동안 근무했던 맥킨지를 떠나 ‘워터먼 그룹’이라는 컨설팅 그룹을 설립해 기업 컨설팅, 경영자 교육, 사회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한편 RLS 재단과 세계 야생동물 기금 WWF 등 비영리 조직의 이사로 활동하며 자문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는 색다른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기업 변신 요건』『미국은 무엇을 제대로 해야 하는가』『최고 인재 확보와 유지 전략』 등이 있다.

정일원 기자  1one@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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