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2월 2025

2025년의 악몽을 뒤로하고: 케셀로우스키의 불운과 로가노가 말하는 ‘패배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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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라슨과 같은 일부 드라이버들에게 2025년 나스카(NASCAR) 컵 시리즈의 마무리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모든 것을 초기화하고 싶은 시즌으로 남았다. 특히 2012년 챔피언이자 41세의 베테랑 브래드 케셀로우스키에게 2026년 시즌의 개막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지난 시즌 그는 수차례 우승의 문턱까지 갔으나 끝내 좌절을 맛봐야 했기 때문이다.

기록이 증명하는 ‘가장 불운했던’ 시즌

엄밀히 말해 케셀로우스키가 부진한 시즌을 보낸 것은 아니다. 그는 톱 5 진입 6회, 톱 10 진입 13회를 기록했고 총 222랩을 리드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평균 출발 순위는 20.9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그의 루키 시즌이었던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게다가 7번의 리타이어(DNF)라는 악재와 저조한 예선 성적 속에서도 그는 시즌 내내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펼쳤으나, 결과적으로 ‘나스카 인사이트(NASCAR Insights)’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우승을 목전에서 놓치고 추월을 허용한 횟수가 무려 7회에 달했다. 이는 컵 시리즈 역사상 단일 시즌 우승 없는 드라이버가 기록한 최다 수치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남았다.

그의 불운은 구체적이고 뼈아팠다. 아이오와 스피드웨이에서는 가장 빠른 차를 몰고 350랩 중 68랩을 리드했지만, 마지막 144랩 동안 연료 관리에 성공한 윌리엄 바이런에게 우승을 내주며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에코파크(EchoPark) 스피드웨이 여름 레이스에서는 마지막 랩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체이스 엘리엇에게 추월당했고, 브리스톨 나이트 레이스에서는 마지막 재출발 상황에서의 실수로 크리스토퍼 벨에게 선두를 내주며 방어에 실패했다.

피닉스의 눈물과 포코노의 전략 실패

특히 피닉스에서 열린 챔피언십 레이스는 가장 큰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 랩의 3번과 4번 코너에서 케셀로우스키의 차량이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틈을 타 라이언 블레이니가 인코스를 파고들었고, 결국 사진 판독 끝에 우승을 내줘야 했다. 포코노에서의 상황은 조금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160랩 중 27랩을 리드하던 그는 크루 치프 제레미 불린스의 계획보다 트랙에 오래 머무르는 모험을 감행했으나, 마지막 피트 스톱 직전에 코션(경고기)이 발령되면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피닉스 챔피언십 레이스 전날, 케셀로우스키는 “2026년에는 우리 팀이 가진 스피드를 결과로 연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레이싱의 잔혹한 확률 게임

이러한 케셀로우스키의 사례는 레이싱이라는 스포츠가 가진 잔혹한 수학적 확률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반적인 구기 종목은 두 팀이 50대 50의 확률을 가지고 맞붙지만, 레이싱은 전혀 다른 패를 쥐여준다. 36명에서 40명에 이르는 드라이버 중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 해도, 실력 밖의 변수들로 인해 눈앞에서 우승이 날아가는 장면을 지켜봐야만 한다. 조이 로가노는 이러한 교훈을 뼈저리게 깨달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조이 로가노, ‘패배’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다

로가노는 하위 리그인 K&N 프로 시리즈, 부시 이스트, ARCA 메나즈, 트럭, 엑스피니티 시리즈 등을 파죽지세로 휩쓸며 올라왔다. 당연히 컵 시리즈 무대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나스카 최상위 무대는 그에게 냉혹한 겸손을 가르쳤다. 최근 ‘도넛 팟캐스트(Donut Podcast)’에 출연한 로가노는 조 웨버와의 대담에서 패배의 쓰라림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좋은 패자(good loser)”가 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패배의 감정을 빠르게 처리하되 자신감은 잃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로가노는 “솔직히 말해 힘들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그럴 때일수록 작은 승리들을 찾아내고,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 패배의 고통은 현실이며, 그 고통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혹독한 훈련이 낳은 챔피언의 멘탈

로가노의 지론은 명확하다. 아픔에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아파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패배를 온전히 느껴야만 그것을 극복할 도구를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린 시절 그는 너무 쉽게 이겼기에 개선의 과정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릴 때는 그냥 차에 타면 이겼다. 내 기술을 연마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회상한 그는, 평생을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경쟁자들이 모인 컵 시리즈에서 본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초창기 조 깁스 레이싱(Joe Gibbs Racing)에서 겪은 부진과 방출은 그에게 “혹독한 겸손의 파이 한 조각”이었다. 당시 그는 패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조차 몰랐다. “그때 나는 좋은 패자가 아니었다. 그냥 지는 상황이 닥치니 ‘이건 내 인생에 없던 일인데’ 하며 당황할 뿐이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하지만 그 시련은 그를 더욱 단단한 경쟁자로 만들었다. 2013년 팀 펜스케(Team Penske)에 합류한 이후, 로가노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단 한 번 실패하고 세 번의 컵 챔피언십을 거머쥐며 자신의 커리어 궤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025년의 불운을 겪은 케셀로우스키가 로가노처럼 시련을 딛고 2026년에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