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뒤흔드는 ‘보라스 매직’… 김하성 승부수와 벨린저의 행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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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고객들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이 과감한 옵트아웃을 선언하며 시장의 중심에 섰고, 뉴욕 양키스와의 재결합설이 도는 코디 벨린저 역시 보라스 특유의 화법으로 수많은 구단의 러브콜을 암시했다. 두 선수의 거취가 이번 오프시즌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유격수 기근 현상, 김하성의 가치가 치솟는다
김하성이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지난 4일(한국시각) 소속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2026시즌 상호 옵션을 거절하고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 이는 보장된 연봉 1600만 달러, 한화로 약 23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포기한 결정이다.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 기자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이 이 소식을 타전하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실 김하성의 이번 결정은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계약 종료 후 첫 FA 자격을 얻었던 지난해, 그는 어깨 수술과 재활이라는 악재 속에 ‘울며 겨자 먹기’로 탬파베이 레이스와 1+1년 계약을 맺어야 했다. 하지만 스몰마켓 구단인 탬파베이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그를 웨이버 공시했고, 김하성은 애틀랜타로 둥지를 옮겼다.
반전은 여기서 시작됐다. 애틀랜타 이적 후 한 달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 FA 시장에 수준급 유격수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 김하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보 비셋을 제외하면 김하성이 사실상 유격수 최대어로 평가받는다. 현지에서는 김하성이 연평균 2000만 달러(약 288억 원) 이상의 다년 계약을 따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키스부터 친정팀까지, 치열해진 영입전
보라스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놓치지 않고 있다. MLB.com의 애틀랜타 담당 기자는 “보라스가 김하성을 최고의 FA 유격수로 마케팅할 기회를 잡았다”며 “애틀랜타가 재계약을 원하겠지만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언급되는 유력 행선지만 해도 원소속팀 애틀랜타를 포함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리고 친정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다양하다. 샌디에이고의 경우 잰더 보가츠를 2루로 보내고 김하성을 유격수로 복귀시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특히 유격수 보강이 시급한 뉴욕 양키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양키스가 김하성 영입전에 뛰어들 경우, 애틀랜타는 앤서니 볼프 같은 대체 자원으로 눈을 돌려야 할 수도 있다. 유격수 품귀 현상 속에서 김하성은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나, 지난번처럼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2년 계약 등 다양한 선택지를 쥐고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판사는 내리지 않는다” 벨린저를 향한 수수께끼
김하성의 유력한 행선지 중 하나인 양키스는 또 다른 보라스의 고객, 코디 벨린저와의 재결합도 추진 중이다. 윈터미팅 현장에서 보라스는 벨린저 영입에 관심 있는 구단들을 특유의 언어유희로 힌트를 남겨 화제가 됐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보라스는 “판단(Judge)은 내가 할 몫이 아니다”, “훌륭한 선수들은 빨간색(Red)을 본다”, “천사(Angel) 투자자들이 다재다능한 외야수를 찾고 있다”는 식의 수수께끼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현지 언론은 이를 해석해 양키스(Judge), 신시내티 레즈(Red), LA 에인절스(Angel)를 포함해 뉴욕 메츠,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8개 구단이 벨린저 영입전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벨린저는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를 거치며 빅마켓 구단에 익숙한 선수다. 디 애슬레틱은 그가 이번 시장에서 7년 1억 82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갑 닫지 않는 양키스, 플랜 B는 카일 터커?
양키스의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긴축 재정을 시사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보라스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양키스 측으로부터 페이롤 감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며 “그들은 지난 시즌 후안 소토 영입 때처럼 최고의 재능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양키스는 트렌트 그리샴이 2200만 달러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며 애런 저지와 함께 2026시즌 외야 한 자리를 채운 상태다. 여기에 팀 힐과 라이언 야브로를 재영입하며 마운드 깊이를 더했다. 하지만 브롱크스에서의 활약으로 주가가 치솟은 벨린저를 놓칠 경우를 대비해, 양키스는 또 다른 FA 외야수 카일 터커를 주시하고 있다. 만약 두 대어급 선수를 모두 놓친다면 트레이드 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내부 유망주를 기용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