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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 TALK] ‘우아한 가’ 배종옥, 멋진 여자 그리고 멋진 여배우① (인터뷰)“여배우 삶에 갈증 느낄 때쯤 만난 한제국, 쏟아지는 호평에 카타르시스 느꼈죠”
김주현 기자 | 승인 2019.10.19 11:59
▲ 배종옥이 '우아한 가' 종영을 기념해 베프리포트와 만났다 /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베프리포트=김주현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배종옥을 만났다. MBN, 드라맥스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연출 한철수, 육정용·극본 권민수)’ 종영을 기념한 자리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여배우의 삶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종옥의 말에 따르면, 여배우의 삶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젊었을 때 주인공으로 잘 나간 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 역을 맡고, 그 다음에 할머니가 된다는 것이다.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한민국 여배우에겐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배종옥은 “대한민국에서 잘 늙은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연륜과 깊이, 정서의 표현이 더 가능해졌으니 나이 든 배우로서의 격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

‘우아한 가’는 대한민국 상위 0.001%의 부를 쥐고 있는 철옹성 재벌가 밑바닥에 숨겨진 끔찍한 비극과 이를 에워싸고 있는 오너리스크 관리팀의 세계를 다루는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다. 15년 전 어머니를 잃은 대기업 외동딸 모석희(임수향 분)와 스펙은 없어도 근성은 최상급인 변두리 변호사 허윤도(이장우 분)가 펼치는 숨 막히는 진실 추격전을 그렸다. 배종옥은 극 중 MC그룹 오너리스크를 전담하는 TOP팀 상무 한제국 역을 맡았다. 재벌가를 쥐고 흔드는 사람은 남자라는 공식을, 50대 여배우가 가뿐히 깬 것이다.

▲ 배종옥이 '우아한 가' 종영을 기념해 베프리포트와 만났다 /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특히 ‘우아한 가’ 마지막 회는 MBN 8.5%(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 드라맥스 1.6%(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로 10.1%를 돌파, 지상파-종편 종합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중심에는 배종옥이 있었다는 평가다. 배종옥이 아닌 한제국을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배종옥은 “전무후무한 역할이었다. 정치, 권력을 다룬 작품에서의 한제국 캐릭터는 남자의 영역이었다. 여자인 제가 했을 때 큰 반향이 나와 기분이 더 좋았다. ‘배종옥이 여배우로서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반응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며 웃었다.

한제국은 원래 남자 배우에게 갈 캐릭터였다. 배종옥으로 캐스팅을 확정한 뒤에도 대사 톤을 바꾸려고 했었다. 배종옥은 이 모든 것에 ‘반대’했다. 한제국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를 고집한 사람이 배종옥이다. 그는 “작가님께서 ‘~다’, ‘~까’로 끝나는 대사를 ‘~하시겠어요?’라고 바꾸신다길래 내 톤으로 하겠다고 했다. 뚝뚝 끊겨서 연결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한제국이 그런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더 멋진 장면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름도 한제국인 게 좋았다. 여자라고 해서 한제숙으로 바꾼다고 생각해보면 영 아니다. 여자 이름, 여자 톤을 썼으면 TOP팀의 헤드가 아닌 비서 느낌이 더 강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무후무하다’는 그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소위 말해 나이 든 여배우에게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할머니가 어울렸다. 배종옥도 이를 인정했다. “ㅇㅇ엄마로 불리는 것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다시 운을 뗀 배종옥은 “‘나 이대로 끝나는 건가?’, ‘나 이제 어디서 연기하지’란 고민을 하던 찰나에 한제국을 만났다”며 “배우로서 이러한 커리어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한제국 역을 선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한제국으로 살 것 같아요. 파워풀한 여성, 이게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해주실 정도로 여배우로서 새 장르, 새 역할을 개척했다는 그 자부심이 있죠.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이런 감정들이 한제국을 오래 기억하게 하지 않을까요?”

▲ 배종옥이 '우아한 가' 종영을 기념해 베프리포트와 만났다 /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1985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해 근 30년을 연기해온 배종옥. 연예계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녀에게도 ‘우아한 가’의 인기는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30년 연기했기 때문에 뭘 해도 기본 소리를 듣는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배종옥이니까 그렇지’란 말이 나온다.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갈망이 컸는데, 한제국에 집중해주시는 시청자 분들을 보니까 경이롭다”면서 “드라마 종영 인터뷰는 정말 오랜만에 하는 건데, 그러한 점에서 ‘우아한 가’는 제 필모그래피를 뛰어넘는 하나의 작품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말미, 그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한제국, 넌 멋진 여자야”란 말을 남겼다. 한제국이 저지른 악행과는 별개의 ‘멋짐’이다. 여배우, 그것도 30년 경력의 여배우가 시청률 신화를 쓰는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또 한 번 깨부순 ‘멋짐’이다. “한제국, 넌 멋진 여자야”란 말에 박수가 절로 터졌다. 그는 “여배우 배종옥에게 스스로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예전보다 사회에 멋진 여자들이 많이 나왔어요. 후배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자라거든요. 우리나라 여자들이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난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할 필요는 없어요.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거든요.”

김주현 기자  kjkj803@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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