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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 TALK] 정재형 “제가 느낀 행복, ‘Avec Piano’ 듣는 분들에게도 전해지길” (인터뷰)“9년 동안 앨범 못 낸 스스로가 한심... 음악은 아직도 어렵죠”
김주현 기자 | 승인 2019.06.14 14:19
▲ 정재형이 다섯 번째 정규앨범 'Avec Piaon' 발매를 기념해 베프리포트와 만났다 / 사진: 안테나 제공

[베프리포트=김주현 기자] “불편함이 주는 행복함을 느꼈어요.”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정재형의 말이다. 정재형은 “도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해안가 가마쿠라에서 시간을 보냈다. 곡을 하도 못 쓰니까 라디오를 그만두고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점부터였다. 무조건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서 라디오를 그만 두고 바로 다음 날 떠났다”고 운을 뗐다.

“되게 불편하긴 했죠. 편의점을 가려면 2~3km를 가야했으니까요. 열쇠를 두고가서 다시 올라가야할 때 정말 죽고 싶기도 했어요. (웃음) 분명 100여 개의 계단이 있다고 했는데, 세보니까 160개가 넘더라고요. 그 위에 집이 단 한 채 있었어요. 나중에는 오히려 이런 불편함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게 됐어요. 인터넷, 휴대폰 등 여흥을 즐길 시간이 없었던 게 큰 행복이었던 것 같아요. 불편함이 곡을 쓸 때는 큰 힘이 됐죠.”

▲ 정재형이 다섯 번째 정규앨범 'Avec Piaon' 발매를 기념해 베프리포트와 만났다 / 사진: 안테나 제공

지난 10일 발매된 다섯 번째 정규앨범 ‘Avec Piano(아베크 피아노)’는 전작 ‘Le Petit Piano(르쁘띠피아노)’ 이후 9년 만에 나온 신보다. 피아노와 함께 유려한 조화를 이룬 퀄텟, 오케스트라,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 다양한 악기들과의 만남을 담았다. 한없이 서정적이고 소박한 선율들이 지배적이었던 전작에 비해 확장된 규모, 과감함, 실험적인 면모가 더해졌다.

그는 “9년 만에 앨범을 내지 못한 스스로가 한심했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려 했지만, 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면서 “망설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발매를 앞두고 나니 ‘드디어’란 생각이 들었다. 부족함도 느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La Mer(라메르)’는 제목처럼 ‘바다’를 품고 있는 듯 잔잔하다가도 맹렬하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극적인 전개를 자랑한다. 대자연의 광활한 바다에서 파도의 한 조각까지 훑어 내려가며 구석구석 가슴 아픈 일들을 치유하는 것처럼 어루만지는 선율이 인상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함께해 힘을 보탰다.

정재형은 “제가 지내던 곳에서 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였다. 그 테라스에서 떨어지면 죽을 만큼 바다와 가까웠는데, 맨 처음엔 그런 바다 소리, 파도 소리가 무섭게 느껴졌다”면서도 “어느 순간 마음이 되게 편해졌다. 바다의 소리가 심장이 뛰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다가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 정재형이 다섯 번째 정규앨범 'Avec Piaon' 발매를 기념해 베프리포트와 만났다 / 사진: 안테나 제공

“서핑하면서 이곳저곳을 다녀봤는데, 바다가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잔잔한 것 같지만 그 안에 들어가서 느껴지는 파도는 힘이 세서 훅 밀려나기도 하잖아요? 누구나 인생을 옆에서만 바라보면 서글프죠. 다 애쓰고 있구나… 그러면서 ‘잘 살고 있어’, ‘거칠고 힘들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보자’란 마음도 들었죠. 서핑도 처음에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앞으로 못 나가거든요. 이런 생각으로부터 나온 게 타이틀곡이에요.”

그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그 순간조차도 음악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곡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이게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릴까?’란 고민을 했다”던 정재형은 “주위 사람들에게 제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편이다. 자기검열이랄까.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며 “만듦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음악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확신을 하는 직업이 아닌 것 같다. 나에 대한 불확신 속에 불안정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음악이란 위로를 주는 존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도 음악을 한지 오래 됐지만, 익숙하면서도 전혀 익숙하지 않아요. 전전긍긍하고 화도 나고, 감정기복이 심해지기도 하죠. 오랜 시간 음악을 공부했지만 하면 할수록 능숙해지는 게 아니라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렇지만 음악이 주는 행복함이 생겨요. 피아노를 오랜만에 칠 때 밀려오는 울컥하는 느낌도 그렇고요. 제가 만들면서 느꼈던 행복함이 이 앨범을 듣는 분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주현 기자  kjkj803@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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