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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원의 Box to Box] 벚꽃의 엔딩에 슬퍼하지 마세요
정일원 기자 | 승인 2016.04.11 13:45

[정일원의 Box to Box]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인생이라면 축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축구 역시 '우리 편 골대에서 상대 편 골대 사이' 그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Box to Box]에는 이처럼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편집자 주]

봄이 오면 벚꽃과 함께 피는 노래가 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은 2012년 봄에 발매된 이후로 봄이면 어김없이 ‘봄의 전령’으로 다시 태어난다. 음원 사이트 멜론의 3월 월간 차트 18위에 이름을 올린 ‘벚꽃 엔딩’은 어느덧 대한민국의 '봄'이 됐다.

유럽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벚꽃 엔딩’만큼 달달하고, 가슴 설레게 하는 노래가 있다. ‘유럽축구연맹(이하 UEFA) 챔피언스리그’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축구팬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노래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 45분쯤 울려 퍼지는 그 웅장한 노래를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1992년 작곡가 토니 브리튼(Tony Britten)이 작곡한 ‘UEFA 챔피언스리그 주제가’는 유럽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단순히 노래가 아니라 축구 그 자체다.

‘유러피언 컵’의 이미지를 재구축하길 원했던 UEFA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 전야제에서 ‘3명의 테너(The Three Tenor)'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펼쳤던 성악가들(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을 주목했다. 클래식 음악이 곁들여진 당시의 공연은 월드컵의 격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2년 유러피언 컵을 ‘UEFA 챔피언스리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한 UEFA는 ‘챔피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클래식을 주제가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챔피언스리그 경기 전 도열한 선수들, 마치 대관식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 사진: 영국 포포투 갈무리

토니 브리튼은 UEFA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1727년 음악가 헨델이 조지 2세의 대관식을 위해 만든 '대관식 찬가(Coronation Anthem)'의 도입부 '신부 사독(Zadok the Priest, HWV 258)'을 편곡해 주제가를 만들었다. 원곡의 웅장함을 머금고 탄생한 ‘Ligue des champions(프랑스어로 챔피언스리그를 뜻함)'는 챔피언스리그에 '성스러움'의 이미지를 더했다. 경기 전 흘러나오는 주제가를 들으며 도열한 선수들은 흡사 대관식에 참석한 왕족들을 연상케 했다.

팬들은 ‘Ligue des champions’를 따라 부르며 자신들을 온전히 경기에 이입한다. 이탈리아 세리에 A 나폴리의 팬들은 챔피언스리그 주제가의 마지막 가사 ‘The Champions'를 혼이 담긴 ‘떼창’으로 마무리하는데, 환희와 설렘이 뒤범벅된 이 외마디 외침으로 팬들은 비로소 성스러운 행사의 귀빈으로 거듭난다.
                                 
'Ligue Des Champions' 가사는 UEFA의 공식 언어인 불어, 독일어, 영어로 되어있다. / 영상 출처: 유튜브(gorgul90) 

'Ligue des champions'는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해왔다. AS로마의 살아있는 전설 프란체스코 토티는 로마의 챔피언스리그 복귀전에서 흘러나오는 주제가에 눈물을 흘렸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가레스 베일은 “내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고 싶었던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노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팬들과 선수들에게 찬사를 받는 노래지만 하마터면 다른 작곡가에 의해 다르게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토니 브리튼은 영국의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의 인터뷰에서 “이 노래는 내 최고의 작품은 아니다”라고 운을 뗀 뒤 “당시 나는 여러 개의 TV용 광고 음악을 제작 중이었다. 일이 너무 많아 마치 저글링(juggling)을 하는 기분이었다. 챔피언스리그 주제가 작곡은 다른 일들과 병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벚꽃 엔딩'의 작곡가 장범준(좌)과 ‘Ligue des champions'의 작곡가 토니 브리튼(우), 만약 장범준이 이별 후 천안 벚꽃 축제를 가지 않았더라면, 토니 브리튼이 일이 너무 많아서 UEFA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어땠을까. / 사진: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UEFA 공식 유튜브 캡처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토니 브리튼은 “노래로부터 발생한 수입이 영화감독이라는 꿈의 직업을 갖는데 도움을 줬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벚꽃 연금’ 아니 ‘벚꽃 엔딩’ 없는 봄이 어색하듯, ‘Ligue des champions'가 없는 챔피언스리그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고온현상으로 여느 때보다 벚꽃이 일찍 피고 질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네 기분까지 처질 필요는 없다. 벚꽃의 ‘엔딩’은 UEFA 챔피언스리그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 지난주 8강 1차전 일정을 마무리한 UEFA 챔피언스리그는 오는 수요일부터 8강 2차전에 돌입한다. 새벽에 울려 퍼질 ‘Ligue des champions'를 모닝콜 삼아 하루를 시작해보자. 생각만 해도 달달한 봄날의 아침이 아닌가.  

정일원 기자  1one@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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