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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의 生각] ‘먹방’의 진화, 그 원인의 원인마마무 화사·‘밥블레스유’, 기존 먹방과 차원 다른 생각할 거리 제공
김주현 기자 | 승인 2018.08.22 14:33

[베프리포트=김주현 기자] ‘원인의 원인’이란 말이 있다. 개인에게 닥친 일의 원인은 일차적으론 그 개인에게 있지만, 개인이 그리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여러 언론사가 2017년을 떠나보내며 선정한 ‘올해의 책’ 중 고려대 김승섭 교수가 쓴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 나오는 문구다.

문득 ‘잘 먹는 일이 왜 인기가 있을까?’라고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인간이라면 삼시세끼(혹은 두 끼, 때로는 한 끼)를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당연한 일은 너무나 당연해서 흥미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먹방’이란 콘텐츠를 시청한다. 개인 BJ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행시킨 ‘먹방’은 전파를 타고 넘어와 시청자들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타인의 ‘먹방’을 본다. 방송사들이 ‘먹방’, 그리고 ‘먹방’을 넘어 직접 요리해먹는 ‘쿡방’이란 이름의 요리 프로그램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요즘 젊은이들은 ‘햄릿 증후군’을 겪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소설에서 나온 ‘햄릿’이 “사느냐 죽느냐”를 고민하듯 우리도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을 먹은 뒤 점심 메뉴를 고민한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떠올린다. 잠들기 전에는 내일 무엇을 먹을까 생각한다. 메뉴 선정이 어려워 ‘햄릿 증후군’을 겪고 있는 2030에겐 그야말로 ‘먹방’이란, 일종의 교과서인 셈이다.

▲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곱창 먹방'을 선보였던 마마무 화사 ⓒ방송화면 캡처

그래서 곱창, 김부각, 박대의 판매량이 늘었다. 마른 몸매의 대표격인 아이돌그룹으로 활동하는 화사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혼자서도 잘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누군가는 화사 덕에 ‘햄릿 증후군’을 해결했다며 웃는다. 각종 곱창집에는 “화사 때문에 곱창 판매량이 증가해 손님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또 화사의 ‘먹방’은 우리가 잘 알던 ‘먹방’과는 차원이 달랐다. 방송사에서 킬러 콘텐츠로 내세웠던 먹방은 주로 남자 셰프들이 나와 게스트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혹은 살집 있는 개그맨들이 ‘식신’, ‘먹깨비’ 등의 별명을 갖고 일방적으로 부지런히 먹는 방식이었다. 화사가 보여준 ‘먹방’ 대란의 시초인 곱창은 그와 달랐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어느 2030과 다를 것 없이 혼자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다. 재료는 무엇이고, 맛이 어떠한지 수식하기에 바쁜 기존 ‘먹방’들과 달리 감상평을 전달할 필요가 없다.

화사의 ‘먹방’이 화제가 된 건 그게 주효하다. 앞서 말했듯 감상평을 전달하지 않고, 우리가 정말 ‘혼자 먹는’ 모습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여자들의 ‘먹방’도 시청자들에게 먹힌다”는 걸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기도 하다. 일명 ‘먹방 요정’이라 불리던 화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이영자, 최화정 등 ‘먹방 언니’들에게로 옮겨갔다. 타인에게 맛있는 걸 권하며, 먹으면서 고민을 해결하고 대화를 나누는 ‘밥블레스유’는 여성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존 먹방들이 ‘음식의 맛’에 집중했다면, ‘밥블레스유’는 ‘음식이 주는 위로의 맛’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니까, ‘먹방’도 진화하는 셈이다.

▲ 최화정, 김숙, 송은이, 이영자가 출연하는 '밥블레스유'는 먹방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방송화면 캡처

다시, ‘원인의 원인’으로 돌아가 보자. ‘먹방’의 인기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 1인 가구의 증가 때문일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혼밥(혼자 먹는 밥)으로 직결된다. 미식물리학 영국 학자 찰스 스펜스는 “혼밥은 건강한 음식을 먹을 확률을 낮추고 비만의 위험을 높이는 등 신체와 정신적 안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지는 없다. 혼자 살면, 혼자 먹는 게 당연해진다.

‘밥블레스유’가 ‘음식이 주는 위로의 맛’에 집중한 것처럼, 1인 가구가 ‘먹방’을 찾는 원인의 원인은 바로 세계적인 트렌드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일본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소확행에 대해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먹는 것, 서랍 안에 돌돌 말아 넣은 속옷이 잔뜩 들어있는 것,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이 있는 것”이라고 썼다. 그만큼 남이 보기엔 별 볼일 없지만 일상 속의 사소한, 그러나 확실한 행복감인 것이다.

‘먹방’이 그렇다. 내가 고민한 것처럼 “잘 먹는 일이 왜 인기가 많을까?”라고 생각할 만큼 별 볼 일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사의, 최화정의, 이영자의 ‘먹방’을 보는 우리는 확실한 행복감을 느낀다. ‘먹방’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먹방’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은 차고 넘쳐난다.

레너드 코언은 “아무데도 가지 않는 것이야 말로 바깥 모든 장소를 이해할 수 있는 원대한 모험”이라고 말했다. ‘먹방’이야 말로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바깥의 모든 맛집을 이해할 수 있는,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그야말로 원대한 모험이다. 

김주현 기자  kjkj803@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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