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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원의 러닝타임] 맘마미아! 축구와 사랑의 운명은 ABBA와 함께
정일원 기자 | 승인 2018.08.02 18:06

러닝타임(running time) : 영화와 드라마의 상영 길이를 시간으로 나타낸 단위.
축구 : 11명의 ‘뜀박질’이 만드는 한 편의 영화 혹은 일련의 드라마. [편집자 주]

* 영화 [맘마미아!2(Mamma Mia! Here We Go Again)](2018)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아바(ABBA)의 히트곡 'Dancing Queen'에 맞춰 춤을 추는 소피 / 사진: [맘마미아!2] 스틸컷

[베프리포트=정일원 기자] 도나(매릴 스트립 분)는 아빠의 정체를 파헤치려는 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의 물음에 항상 “여름밤의 로맨스였어”라고 둘러댄다. 결혼식을 앞둔 소피는 엄마가 자신을 가졌을 때 쓴 일기장을 우연히 찾아내 그토록 궁금해마지않던 아빠에 대한 단서를 찾아낸다. 샘(피어스 브로스넌 분), 빌(스텔란 스카스가드 분), 해리(콜린 퍼스 분)... 아빠 후보가 무려 3명이나 된다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소피는 충격에 빠질법하지만, 도나의 성격을 쏙 빼닮은 소피는 쿨하게 엄마의 젊은 날의 행실을 여름밤의 로맨스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정체성’ 확립에 있어 아빠의 존재를 충분조건으로 여기는 소피는 3인의 아빠 후보 샘, 빌, 해리에게 청첩장을 보낸다.


‘맘마미아’는 베니 앤더슨, 비요른 울바에우스가 작곡한 아바(ABBA)의 노래와 캐서린 존슨이 쓴 대본이 어우러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972년부터 1982년까지 활동한 스웨덴의 혼성 팝 그룹 아바는 'Mamma Mia', ‘Dancing Queen’, 'SOS' 등 숱한 명곡들을 발매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해체 후인 1992년에 히트곡들을 묶어 발매한 베스트앨범이 퀸, 비틀스의 앨범에 이어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되는 등 지금도 꾸준히 아바의 노래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엄마 도나의 젊은 시절 사랑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발견한 소피 / 사진: [맘마미아!] 스틸컷

영화로 제작된 [맘마미아!](2008)와 [맘마미아!2](2018)에서 아바의 노래는 내러티브의 ‘이음매’다. 엄마의 일기장에서 자신의 아빠로 추정되는 3명의 인물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은 뒤 소피는 좌절하기는커녕 일기장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바의 ‘Honey Honey’를 노래한다. 천상 여장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엄마도 한때 불같은 사랑을 꿈꾸고 나눴던 소녀였음을, 그래서 부끄러움과 실망감보다는 기쁨과 안도감을 갖는 소피의 모습이 ‘Honey Honey’의 멜로디와 가사에 오롯이 담긴다.

▲ 침울함을 털어내고 '댄싱 퀸'에 맞춰 춤을 추는 도나(가운데)와 로지, 타냐 / 사진: [맘마미아!] 스틸컷

반면 평소 사회적 편견에 얽매이지 않던 도나는 소피의 결혼식에 나타난 3명의 남자 샘, 빌, 해리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찰나의 반가움은 이내 딸 소피에 대한 죄책감과 젊은 날의 행실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평소답지 않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나를 향해 절친인 로지와 타냐는 “철없던 때로 돌아가자”며 ‘Dancing Queen'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처음엔 내키지 않아 하더니, 어느새 도나도 침대를 무대 삼아 춤추고 노래하고 이내 바다를 향해 다이빙까지 한다. [맘마미아]에서 아바의 노래는 인물들이 운명을 감당해내는 나름의 방식을 상징한다.

# 아바(ABBA)

축구도 ‘아바(ABBA)’에 의해 운명이 결정될 때가 있다. 지난 2017년 3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ABAB 순서대로 양 팀이 번갈아 차던 승부차기 방식을 ABBA 순서대로 차도록 하는 규정 변경을 최종 승인했다. 기존 ABAB 방식은 선축 팀인 A팀의 1번 키커가 승부차기를 성공할 경우, B팀의 키커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ABBA 방식의 경우, B팀의 첫 번째 키커에 이어 두 번째 키커도 연달아 차기 때문에 후축의 부담감을 덜어 기존 방식보다 공정하다는 게 IFAB의 입장이다. ABBA 방식은 지난해 5월 17세 이하 유럽축구선수권 준결승전서 시범 운영된 후 각종 대회서 실험을 거쳤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기존 방식인 ABAB 방식으로 승부차기가 이루어졌다.

1명의 골키퍼와 5명의 키커가 승패의 운명을 짊어지는 ‘잔인한’ 승부차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심판인 칼 발트가 최초로 고안했다는 설과 이스라엘의 요세프 다간이 아이디어를 냈다는 2가지 기원이 있다. 승부차기 도입 이전에는 경기가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추첨이나 동전던지기 등으로 승패를 가렸다. 유로 1968 준결승전에서 이탈리아와 소련이 연장 접전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고, 동전던지기로 이탈리아가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이탈리아가 동전던지기로 결승에 오르자 축구계에서는 보다 공정한 방식으로 승패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970년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이 승부차기를 공식적으로 도입했고, 유로 1976 체코슬로바키아와 서독의 결승전에서 메이저 대회 첫 승부차기가 펼쳐졌다.

# ‘안단테 안단테’, 그리고 ‘댄싱 퀸’

[맘마미아!2]의 젊은 도나(릴리 제임스 분)는 불같은 사랑의 상대인 젊은 샘(제레미 어바인 분)을 앞에 두고 강렬하고 빠른 템포의 노래 대신 부드럽고 느린 ‘Andante Andante’를 속삭인다. “Take your time, make it slow. Andante, Andante...(시간을 두고, 천천히, 안단테 안단테...)” 찰나의 끌림으로 시작된 사랑인 만큼, 천천히 여유를 갖고 서로를 알아가자는 도나의 속마음이 투영된 선곡이었으리라.

축구 메이저대회 최초의 승부차기가 펼쳐졌던 체코슬로바키아와 서독의 유로 1976 결승전을 뮤지컬로 만든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아바의 노래 중 ‘Andante Andante’만큼 어울리는 노래가 있을까. 당시 연장전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체코슬로바키아와 서독은 메이저대회 최초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당시 서독의 네 번째 키커 울리 회네스(현 바이에른 뮌헨 회장)가 실축한 상황에서 승부차기 스코어는 4-3 체코슬로바키아의 리드.

▲ 유로 1976 서독과의 결승전서 체코슬로바키아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안토닌 파넨카 / 사진: UEFA TV 갈무리

체코슬로바키아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선수는 안토닌 파넨카였다. 서독의 수문장은 독일 골키퍼의 전설로 불리는 제프 마이어. 자신이 성공하면 우승이 확정되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파넨카는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공을 향해 달려가더니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골문 가운데로 ‘툭’ 공을 차 넣었다. 당시 페널티킥은 골키퍼가 몸을 날리기 힘든 골문 구석이나 상단을 향해 강하게 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파넨카의 담대한 킥으로 체코슬로바키아는 축구강국 서독을 꺾고 유럽 최강자로 등극했고, 이후 페널티킥을 찰 때 골문 정중앙을 천천히 약하게 조준하는 슈팅에 ‘파넨카 킥’(동영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맘마미아!2]에서 호텔 리오픈 파티를 준비하던 소피는 파티 하루 전 몰아친 폭풍우에 좌절하고 만다. 애써 세팅한 테이블이 모두 비바람에 날아가고, 설상가상 기상악화로 호텔이 있는 섬으로 배도 뜨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저 멀리 바다 위로 보이는 수척의 배들. 소피의 ‘2/3 아빠’ 빌과 해리가 파티를 시끌벅적하게 채워줄 사람들을 그득 싣고 나타난다. 그 순간 소피는 ‘1/3 아빠’ 샘과 엄마의 오랜 친구 로지·타냐와 함께 ‘Dancing Queen’을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리듬에 몸을 맡긴 축구선수도 있었으니,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두덱 댄스’로 유명한 예르지 두덱(동영상)이 그 주인공이다. 2004/05 시즌 유러피언 컵(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의 골문을 지킨 두덱 골키퍼는 AC밀란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3골을 내주는 위기를 맞았지만, 승부차기에서 신들린 선방을 선보이며 이른바 ‘이스탄불의 기적’을 이끌어냈다.

▲ 2004/05 시즌 유러피언 컵 AC밀란과의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두덱 댄스'를 선보이는 예르지 두덱 / 사진: UEFA TV 갈무리

0-3으로 뒤지고 있던 리버풀은 후반전 들어 스티븐 제라드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블라디미르 스미체르의 추가골, 사비 알론소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 AC밀란의 간판 공격수 안드리 셰브첸코의 결정적인 슈팅을 두 차례 막아낸 두덱은 승부차기에서 ‘두덱 댄스’를 선보이며 AC밀란의 키커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AC밀란의 1번 키커로 나선 세르지뉴는 두덱의 현란한 몸놀림에 공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화려한 ‘춤사위’를 앞세운 두덱은 AC밀란의 2·5번 키커 안드레아 피를로와 셰브첸코의 킥을 연거푸 막아내며 리버풀의 기적 같은 유러피언 컵 우승을 일궈냈다.

엄마의 일기장을 읽은 소피가 ‘Honey Honey’ 대신 침울한 노래를 부른다면, 딸 소피에 대한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사로잡힌 도나와 폭풍우로 호텔이 엉망이 된 소피가 ‘Dancing Queen’에 맞춰 춤추지 않고 의기소침한다면, [맘마미아]가 지닌 경쾌함과 유쾌함은 위력을 잃고 말 것이다. 마찬가지로 파넨카가 공을 가운데로 느리게 차지 않고 구석을 향해 빠르게 찼다면, 두덱이 골문에서 요란하게 몸을 흔들어대지 않았다면(설령 당시 승부차기 방식이 ABAB가 아니라 오늘날의 ABBA였을지라도) 체코슬로바키아의 우승과 리버풀의 ‘이스탄불의 기적’은 역사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 침울함을 털어내고 '댄싱 퀸'에 맞춰 춤을 추는 소피 / 사진: [맘마미아!2] 스틸컷

이렇듯 삶은 운명이라는 무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수의 노래에 의해 정의된다. 그리고 가창력보다 중한 것은 어떤 노래를 부를지 택하는 ‘선곡’이다. ‘삑사리’좀 나면 어떠랴. 야유를 꿰뚫는 가사와 멜로디가 여러분을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도나와 소피, 파넨카와 두덱이 그런 것처럼.

정일원 기자  1one@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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