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백
    여백
  • 여백
HOME Entertainment 기획
[BF시선] '아이린 페미니스트 논란', 82년생 김지영이 어때서
최민솔 기자 | 승인 2018.03.20 17:49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 ⓒSM Entertainment

#1. 아이린 ‘페미 논란’, 대체 무슨 일이야?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이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코엑스아티움에서 개최된 팬미팅에서 한 발언이 화제다. 이날 “최근 읽은 책을 알려달라”는 팬들의 질문에 “‘82년생 김지영’과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어느 밤’을 읽었다”라고 한 아이린의 답변에 그가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일부 팬들은 아이린이 사실상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크게 분노했고 이후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더욱 확산됐다. 아이린의 굿즈를 망가뜨리고 불태우는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진심으로 결혼까지 생각했었는데 이런 내가 멍청했다’는 등 아이린에게 크게 실망했다는 반응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종합 5위, YES24에서는 국내도서 4위에 올라있는 '82년생 김지영' . '82년생 김지영'은 2017년 올해의 책에 선정됐을 정도로 고루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다.  / 사진: 교보문고와 YES24의 베스트셀러 페이지 캡처.

#2. 논란의 발단 ‘82년생 김지영’, 대체 어떤 책이길래?
아이린의 답변이 논란으로 번진 이유는 그가 최근 읽었다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토록 많은 팬들의 공분을 사야했을까.

82년생, 서른네 살의 김지영 씨가 정신 상담을 통해 털어놓은 이야기를 담당 의사가 기록한 리포트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김지영이라는 평범한 여성의 자기 고백을 담은 이 책은 한국 여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특별하지도, 대수롭지도 않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있다. 이 시대를 사는 여성 누구나 겪는 일이라서 독자들은 공감하고, 그래서 대수롭지않게 넘겼던 그 일들이 사실은 부당했음을 깨달았기에 독자들은 함께 눈물 흘린다.

한국 여자의 보편적인 일상과 삶을 담담히 담아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했고 인기에 힘입어 현재 각종 도서판매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청춘들의 아픔을 알아주고 위로했던 지난날 베스트셀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선구적 페미니스트였던 버지니아 울프는 "페미니스트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모든 여성이 페미니스트다"라는 말을 남겼다. / ⓒ베프리포트

#3. 그래서 아이린이 페미니스트야 아니야? 대체 페미니스트가 뭐길래
다시 아이린 페미니스트 논란으로 돌아와보자. 결국 팬들에게 문제는 ‘아이린이 페미니스트냐 아니냐’는 점이다. 이 질문은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을 알아갈 때 그가 읽는 책, 듣는 음악 등의 취향을 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문학이나 예술적 취향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데 있어 한마디 말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권의 책으로 그 사람 전부를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일부 아이린 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이린이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에 관한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우리가 그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부르지는 않는다. 학창시절,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의 합리성을 배우기 위해 반대이론인 공산주의를 공부한 것을 떠올리면 얘기가 빠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차별적 고발이 담긴 ‘82년생 김지영’을 읽는 사람이 사실은 지독한 성차별주의자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해서 그가 단순히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 페미니스트인지, 성차별주의자인지 논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지난해 유아인의 공개적인 SNS 페미니스트 선언은 많은 남성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아이린은 책 한 권으로  지나친 비난을 받고 있다. / 사진: 배우 유아인 인스타그램 캡쳐

#4. 82년생 김지영과 아이린, 대체 페미니즘이 뭐길래?
어제부터 이어진 ‘아이린 페미니스트 논란’을 지켜보며 재미있는 점을 하나 발견했다. 이 논란에 불을 지피고 분노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반사회적 운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여자가 최고입니다”, “여자한테만 대우해주세요” 라고 외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오해에 불과하다. 사실 페미니즘은 내가 일상 속에서 겪었던 부당한 일들을 특정 성별 때문에 벌어진 일임을 인지하고 인식하는데서 시작한다.

앞서 말했듯이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한국 여성의 보편적인 삶을 고백하는 책이다. 고작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성차별과 성 불평등의 문제를 캐치했다면, 그래서 이 책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진정한 성 평등주의자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페미니스트의 반대말은 ‘성차별주의자’다. 지역, 학력, 직업, 인종 등의 차별에 그토록 민감한 평등의 시대에 성차별을 추구한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아이린의 책 한권이 불러온 페미니즘 논란이 낯뜨겁다. 논란과 비난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아이린이 아닌 ‘성 평등주의자; 페미니스트’가 아닌 ‘성차별주의자’를 향해야 한다.

최민솔 기자  solsol@beffreport.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press@beffreport.com
BEST Entertainment / Football Friends 글이 주는 감동. 베프리포트
<저작권자 © 베프리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민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제휴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ㆍ광고문의
주식회사 베프리포트  |  T/F 02-521-1793
등록번호 : 경기 아 51330  |  등록 및 발행연월일 : 2015년 11월 2일
제호: 베프리포트   |  발행인·편집인 : 정일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민솔
발행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46길 20 선인빌딩 6F,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로 2248번길 40
대표문의 : 1one@beffreport.com  |  보도자료 : press@beffreport.com
Copyright © 2018 베프리포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