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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의 生각] “순위 낮으면 ‘망한 그룹’ 딱지 붙는데 어떻게 ‘스밍’을 안 하겠어요?”실시간 차트 없애고 일간·주간·월간 차트만 남겨야... ‘스밍’은 결국 음원 사이트 배불리기
김주현 기자 | 승인 2017.08.31 15:22
▲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이 제공하는 차트. 실시간, 급상승, 일간, 주간, 월간으로 분류된다 ⓒ멜론 차트 캡처

[베프리포트=김주현 기자] 으레 0시가 되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멜론에 접속하곤 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이 나오기 때문이다. 노래를 온전히 즐기진 못했다. 휴대폰으론 멜론에, 컴퓨터로는 유튜브에 접속한 뒤 음원 스트리밍과 뮤직비디오 스트리밍(이하 ‘스밍’)을 동시에 시작했다. 누군가가 ‘음소거를 하고 재생하면 집계가 안 된다’고 했었나. 그 말이 문득 떠올라 소리를 최대한 작게 해놓고 동시에 감상했다. 와, 노래 좋다. 그리고 시침이 1시에 가면 새로고침을 몇 번이나 반복한 뒤 ‘실시간 순위’를 확인했다. 상위권에 ‘NEW’라는 표시가 없으면 맥이 빠졌다. 내리고 내려서 하위권을 살핀다. 진입은 했구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내 가수’의 진입 순위를 줄줄이 매긴다. 멜론 몇 위, 지니 몇 위, 네이버뮤직 몇 위… 댓글은 엉망진창이다. ‘노래 좋은데 순위는 안 좋은 듯’이란 말은 양반이다. ‘망한 그룹’, ‘얘네 아직도 노래 내?’, ‘역시 대중성은 기대하면 안 되겠네’란 말이 주를 이룬다. 아, 힘내서 ‘스밍’해야지. 그런데, 힘이 안 난다.

‘말 많던’ 차트 개혁이 시작됐다. 자정에 발매되던 신곡들은 오후 6시로 자리를 옮겼다. 퇴근 시간대에 신곡이 발매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나보다. 대형 아이돌그룹이 컴백해도 음원 차트에서 줄 세우기를 안 할 줄 알았나보다.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오후 6시에 공개되는 신곡 미디어 쇼케이스가 2시쯤 진행되면, 소속사 관계자가 나와 “음원이 6시에 발매되니 영상 엠바고를 꼭 지켜 달라”라고 말하는 것만 추가됐다.

노래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순위에 연연하는 ‘스밍’에 지친 사람이 늘고 있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팬들에게 돌려선 안 된다. ‘스밍’에 연연하지 않고 노래를 즐겨 들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을 세워버리는 차트가 문제다.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한다는 그 명목이 결국 자기네 배불리기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일 주소를 여러 개 만든 뒤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고, 팬들끼리 모금 계좌를 만들어 ‘총공(차트 순위를 한꺼번에 올리기 위해 총공격하는 것)’을 시작한다. “순위 떨어지면 안 돼요!”라며 총공을 독려하는 팬 대표도 생겼다.

최근 컴백한 아이돌그룹의 팬 A씨는 “음원 사이트에서 총공을 부추기는 느낌”이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러면서 “순위 가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노래를 즐길 수 있을 텐데, 자꾸 가요계에서 그 순위에 연연하니까 나라도 스밍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수들이 컴백하며 개최하는 행사인 미디어 쇼케이스나 기자간담회에서 ‘몇 위를 예상하느냐’, ‘1위를 하면 무엇을 하겠느냐’ 같은 질문이 나오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성적이 곧 노래의 퀄리티처럼 여겨지는 추세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순위 없이 신곡이 발매되는 순서대로 정렬한 뒤, 청취자들이 골라들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1위부터 100위까지 등장하는 차트를 살펴보면, 웬만한 대중들은 그 순서대로 듣게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작업물이 숫자에 발목 잡히는 일은 그만큼 안타깝다.

아마,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것이 되겠다. 차트를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니, A씨의 말대로 신곡이 발매된 순서대로 정렬한 뒤 청취자들에게 ‘들을 권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일간 차트, 주간 차트, 월간 차트만 만들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들을 권리’를 돌려받은 대중들은 그 권리를 더욱 알차게 이용하기 위해 좋은 노래를 찾아 들을 것이고, 아티스트는 대중의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좋은 음악을 만들 것이다.

김주현 기자  kjkj803@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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