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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 TALK] “꽃길이 아니어도 괜찮아”, 크로아티아 2부 리그에 간 축구선수 이진영②
최민솔 기자 | 승인 2017.06.27 18:12

[베프리포트=최민솔 기자] 이진영은 축구를 포기하기 직전의 벼랑 끝에서 ‘어디여도 좋으니, 공을 찰 수만 있다면’ 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무모하게 짐을 쌌다. 확정된 팀도 없었고, 입단테스트를 볼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6개월 치 짐이 든 이민가방을 들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운 좋게 처음 입단테스트를 본 팀과 계약서 도장까지 찍었지만 ‘진짜’ 고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BF TALK] “어디든 뛰어야 했다”, 크로아티아 2부 리그에 간 축구선수 이진영 ① 에 이어 계속)

#먼 땅, 생소한 리그, 인종차별부터 임금체불까지
이진영이 크로아티아 2부 리그 드라고볼리아츠(NK HRVATSKI DRAGOVOLJAC)와의 계약서에 사인을 한 건 올해 2월 11일이었다. 스쿼드가 두텁지 않은 팀이었고, 이진영은 즉시 전력감으로 팀에 입단했다. 입단 직후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 멤버로 준비하라는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 하지만 4월 중순이 되도록 그는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었다. 서류문제였다. 서류 누락이 해결되어 선수등록을 하기까지 한 달이 꼬박 걸렸다. 그러나 서류문제가 해결되고도 그는 다른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했다.

“제가 못 들어가니까 감독님이 다른 선수를 기용하셨는데, 그 선수가 또 제가 봐도 나쁘지 않게 잘 하더라고요”라고 웃으며 말한 그였지만, 당시의 기다림은 분명히 고됐을 터. “부상이나 제 탓이 아니라 등록 문제로 출전을 못하게 되니 많이 답답했죠. 여기까지 왔는데 경기도 못 뛰니까, 다시 한국을 가야 하나.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왜 이 먼 땅에 와있나 싶기도 했어요” 결국 오랜 기다림 끝 그는 4월 중순이 되어서야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출전까지도 힘들었지만 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먼저 인종차별의 벽이 그를 막아섰다. “사실 저도 학교에선 몸이 좋은 편이었거든요. (웃음) 어휴, 근데 가니까 골격이 달라요. 나이가 훨씬 어린 애들도 저보다 훨씬 많아 보이고 몸집도 크니까 자꾸 무시하더라고요”라고 말한 그는 거의 하루에 한 번은 멱살잡이를 했다고 덧붙였다.

인종차별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공을 넘겨야하는 상황에서 그를 빼고 패스를 돌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한국에서는 ‘순둥이’로 통했던 그였지만, 경기에도 어려움을 겪자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진영은 “처음엔 크로아티아어를 못하니까 말로 시비를 걸면 한국욕을 했어요. 한국욕이 살벌하니까 화들짝 놀라던데요. 그렇게 같이 부딪히다가 결국엔 정들었죠”라는 웃지 못할 인종차별 극복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타지에서 그는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생활고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말로만 듣던 임금체불이었다. 처음에 크로아티아로 떠날 때 가져간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다가 돈이 떨어져 하루에 한 끼만 먹던 날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라면이 없어서 라면스프에 ‘라죽’을 만들어 버틴 날들도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가 되어 돈을 벌러 외국에 나간 아들이 집에 “돈이 없다”는 말을 하기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련과 고난의 연속, 축구보다 먼저 배운 ‘현실의 벽’
이야기를 듣다 보니 머나먼 타지에서 홀로 힘들고 서러운 마음에 포기를 결심했을 법도 한데 시즌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그가 대견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함께 크로아티아에 있던 다른 팀 한국 선수들이 중간에 한국에 돌아가는 경우도 직접 봤다고 했다. K리그 진출에 실패해도 포기 않고 외국까지 나온 동료들의 포기를 바라보는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진영은 “K리그 진출 실패만으로도 이 길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정말 셀 수 없이 많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먼 길 왔다가 포기하는 경우는 더 많고. 저도 한국에서 K리그 입단이 안 되고 ‘이제는 현실을 봐야 하나’ 고민했었으니까, 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죠. 현실의 벽이 너무 높고 차가운 것 같아요. 지켜보는 심정도 말이 아니었죠”라고 씁쓸함을 전했다. 그는 덧붙여 크로아티아에 와서 축구보다도 세상을 많이 배운 것 같다고 했다.

그가 크로아티아에서 배운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당연했던 것들에 대한 감사였다. 이진영은 “제가 지금 무명에 크로아티아에서도 이렇다 할 빛도 못 보고 뛰고 있잖아요. 그런데 대학교 1학년 때 어쩌면 더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절에 응원해주셨던 분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차가운 세상에 나와보니까 타인이 무조건적으로 나를 지지해준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지 절실히 깨달았아요. 제가 공을 차는 동안은 대학선수시절 그분들이 보내주신 응원이 큰 힘으로 남아있을 것 같아요”라며 자신을 믿어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 ‘꽃길’이 아니어도 괜찮아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진영은 “글쎄요,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어디든 갈 생각이에요. 어느 리그여도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K리그 입단에 실패했을 때부터 크로아티아 생활까지, 그리고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수십 번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했다던 그는 ‘아직은’ 꿈을 좇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쫓는 꿈은 어떤 모양일까. 이를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제 롤모델이 이영표 선배님이에요. 축구선수가 아닌 인격적으로도 닮고 싶은 분이에요. 축구선수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부끄럽지 않게 저를 필요로 하는 팀에서 최선을 다해 뛰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비전을 내보였다.

그에게 ‘앞으로도 그가 겪었던 좌절과 고민에 맞닥뜨릴 수많은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진영은 ”운동하는 친구들 다 똑같아요. 정말 한 길만 보고 한 꿈으로 달려가거든요. 하지만 당장 앞에 보이는 목표가 좌절됐다고 축구 인생도 끝이라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포기할 기회는 언제든지 생기는데 꿈을 좇을 기회는 인생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잖아요. 저도 아직 무언가를 이룬 건 아니지만, 포기는 나중에도 기회가 있으니 기왕이면 꿈을 좇을 기회를 잡아보자고 말하고 싶어요“라는 인상깊은 답변을 꺼내놓았다.

이어 그는 “제가 가는 길이 소위 말하는 ‘꽃길’은 분명히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 번쯤 가볼 만한 길 아닐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크로아티아 2부 리그에서 얻는 게 꼭 축구선수로서의 커리어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사소하게는 언어가 될 수도 있고, 크게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들 전부 ‘그때 포기했더라면 절대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생각해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했다.

왼쪽 백을 보라는 요구에 불평하기보단 깨달음을 얻었던 그였다. 크로아티아에 갈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배울 점을 찾는 그이기에, 어디를 가든 잘 해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의 말처럼 축구 선수 이진영이 가려는 길이 ‘꽃길’은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그는 꽃길을 걷는 것보단, 그 자신이 역경 속에 피는 ‘꽃’이 되길 택한 건 아닐까. 축구선수 이진영의 도전이 찬란한 꽃으로 피어나길 손꼽아 기대해본다. 

최민솔 기자  solsol@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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