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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 TALK] 성공한 덕후가 된 성실한 덕후, <축구하자!> 이종인 작가를 만나다
최민솔 기자 | 승인 2017.06.07 16:07
▲ <축구하자! : 무리뉴 덕후, 사회인 축구 감독 되다>의 저자 이종인 작가를 베프리포트가 만났다.

[베프리포트=최민솔 기자] “축구가, 그깟 공놀이가 밥 먹여주니?”

어디 가서 꽤나 ‘덕후’ 소리 좀 듣는 축구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굳이 바다 건너편에서 하는 공놀이를 보기 위해 새벽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난다거나, 외출할 때 입지도 못할 유니폼을 비싼 값에 모으거나, 쉬는 날 늦잠을 포기하고 공을 차러 간다거나. 온통 돈이 새는 구멍뿐이다. 주변인들이 걱정스레 한마디 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한 축구 덕후는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축구로 먹고삽시다”라고.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경기를 보며 듣도 보도 못한 유망주와 베테랑 선수들을 비교했고, 세계적인 감독들의 전술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직접 사회인 축구팀의 감독이 되어 자신이 공부한 것을 써먹기도 했다. 그의 ‘덕질’에는 남들보다 갑절의 노력과 성실함이 뒤따랐다.

입버릇처럼 “축구로 먹고 살자”던 그의 말은 이뤄졌다. 이 성실한 덕후는 ‘성공한 덕후’가 됐다. 최근 출간된 <축구하자! : 무리뉴 덕후, 사회인 축구 감독 되다>를 써낸 이종인 작가의 이야기다.

 ▲ 지난 5월 27일 개최된 <축구하자!> 출간기념회에서 강연 중인 이종인 작가

#‘’ 아닌 ‘우리’, 그래서 성공한 덕후
<축구하자!>에는 이종인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보고 느낀 아마추어 축구와, 사회인 축구팀의 감독으로서 느낀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사회인 축구 감독이 된 지 어느덧 5년이 된 그는 “감독이 되니 팀과 축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내’가 아닌 ‘우리’의 축구가 재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이 내가 가진 능력치 이상의 퍼포먼스를 끌어내기도 했다”고 감독 데뷔전을 치렀던 2013년을 회상했다.

‘내’가 아닌 ‘우리’의 축구가 재밌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바람은 그의 습관적인 말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축구로 먹고 살 겁니다”가 아닌 “우리 축구로 먹고삽시다”와 같은 것들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절로 그의 습관이 이해가 갔다. 이종인 작가는 “감독인 동시에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였기에 두 가지 관점에서 팀과 축구를 바라봤고, 이는 사회인 축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커다란 희열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축구하자!>에서도 그의 “우리 ~합시다” 정신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책을 통해 내가 사회인 축구팀을 얼마나 잘 운영했는지, 내가 얼마나 대단한 축구광인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리가 사회인 축구를 통해서 얼마나 더 행복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지난 5월 27일 열린 자신의 출간 기념회에서도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아마추어 축구를 알리고 싶었던 제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쁘다. 이걸 계기로 더 많은 아마추어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출판 소감을 전했다. ‘유명한 덕후’를 성공한 덕후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 이종인 작가를 만나기 위해 모인 <축구하자!> 독자들

#성실함을 넘어선 치열함, 그래서 성공한 덕후
사실 기자가 이종인 작가를 알게 된 건 블로그가 먼저였다. 몇 년 전, 우연히 발견한 그의 블로그를 보고 놀랐던 건 ‘보통이상의 성실함’ 때문이었다. 그의 성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내심 본받고 싶어 까지 했던 터라 출판 소식을 알게 됐을 때 당연히 ‘성실’이 그 바탕이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역시 성공한 덕후가 되려면 성실한 덕후여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기자의 큰 착각이자 이 작가에 대한 저평가였다. 그는 성실한 덕후를 넘어선 치열한 덕후였다. 대학교 시절부터 시작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축구팀의 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주중에 학업과 축구 경기 준비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더 바쁘고 치열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축구와의 연결고리를 치열하게 이어왔다. 독자들이 보기엔 가볍게, 하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운영했고, 사람들을 모아 팟캐스트를 진행해보기도 했다.

모두 성공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축구로 먹고사는 길에 접어들었던 일은 1년이 안 되어 그만두었고, 야심 차게 시작한 팟캐스트는 제대로 빛도 못 본 채 팀이 해체됐다. 이후에도 해외축구, 유망주, 가십거리, 경기분석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시도했고 온라인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치열하게 다음 아이템을 고민했다. 그렇게 나온 게 자신을 가장 뜨겁게 만드는 ‘사회인 축구’ 이야기였다. 결국 <축구하자!>는 그가 축구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인 셈이다.

▲ 최근 CBS 라디오 '변상욱의 이야기쇼' 에 출연하기도 했다.

#“우리 축구합시다!”, 그리고 성공한 덕후
생애 첫 출간 기념회를 마친 이종인 작가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아마추어 축구 저변 확대에 대한 언급과 더불어 당장 ‘다음 날 있는 팀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답변이었다. “보기만 하지 말고 같이 ‘축구하자’”고 말하는 축구 덕후의 본분에 충실한 대답이었다.

이제는 어엿한 '작가'가 되어 성공한 덕후 반열에 오른 그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축구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책들을 쓰고 싶다"며 <축구하자!>가 그의 마지막 출간이 되진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답하는 이종인 작가의 얼굴엔 여전히 "다음엔 또 어떤 재미난 일을 만들어볼까"하는 장난기 스민 기대감이 어려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종인 작가는 데이비드 베컴의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니 “우리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꿈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라고도. 흔한 축구 덕후로 시작해 축구로 먹고 살게 된 이종인 작가가 하는 말이라 더욱 신뢰가 간다. 성실하게 덕질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그가 앞으로도 '볼(Ball) 길'만 걷길 응원해본다.

최민솔 기자  solsol@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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