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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연 부인 단독 인터뷰③] “제발 도와달라”는 절규 외면한 구단-에이전트-동료 선수
최민솔 기자 | 승인 2017.05.12 19:16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캠페인의 일부, "당신이 침묵을 깬다면, 삶은 동화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피해자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도 가정폭력을 '범죄'로 보는 사회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 사진: 페이스북 갈무리

[베프리포트=최민솔 기자] 폭행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남남이었다면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지만, 그들이 '부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정폭력은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만큼 은폐되기도 쉽다. 그래서 피해자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침묵을 깨면, 상황은 나아질까.

FC서울 심우연 선수에 의해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당해왔다는 김씨, 침묵을 깨고 “제발 도와달라”고 도움의 손길을 구했지만 돌아온 건 더 큰 상처뿐이었다.

Q. 가해자 측에서 먼저 이혼 소송을 걸었다는 것이 사실인가.
A. 그렇다. 지난해 12월 폭행사건으로 4개월 된 딸아이도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아이에겐 관심이 없고 휴대폰에만 몰두하더라. 남편의 휴대폰을 사용할 일이 생겼는데, 그 때 이미 시댁 식구들이 이혼 공모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시누이는 변호사 번호를 건네며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보안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내용을 봤다. 심지어 나를 맞고소하라는 남편 삼촌의 메모도 있었다. 충격에 빠질 새도 없이 이혼 소송과 맞고소를 당했다. (자신도 맞았다며 심 씨가 ‘쌍방폭행’으로 맞고소를 한 건은 무고혐의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Q. 에이전트가 이혼을 코치했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평소 에이전트와의 관계는 어땠는가.
A. 평소 에이전트 대표님을 내가 믿고 잘 따랐었다. 남편으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하던 시절에도 그가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도 드렸다. 지난해 12월 폭행 때는 내게 “도와줄 테니 증거를 다 가져오라”고 말씀하셨기에 철석같이 믿었다. 차량에서 폭행을 당했던 증거를 찾기 위해 돌려본 블랙박스에서 에이전트 대표가 남편에게 “(위자료를 주지 않으려면) 통장을 몰래 새로 만들어라"는 대화를 나눈 것을 확인했다. 영상에서 남편은 대표가 말하는 방법들을 종이에 받아 적고 있었다. 내 앞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시더라. 

Q. 같은 구단의 유명 선수에게도 도움을 구했다고 들었는데.
A.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 평소에 남편이랑 친했던 선수에게 연락을 했다. 선한 이미지의 분이셔서 남편에게 좋은 얘기를 해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분께 남편에겐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대화를 삭제하겠다고까지 말씀하셨다. 그런데 남편이 내게 보낸 고소장에 A선수가 당신 휴대폰으로 캡쳐한 나와의 대화 내역이 보이더라. 내가 폭력을 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남편의 지인들에게 심 씨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내용의 고소였다. 거기에 힘을 실어줬던 거다. 내가 덫에 걸린 건가, 배신감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FC서울의 구단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김 씨의 계정을 차단했다. 아래 하얀색 공백은 차단 당할 경우 게시물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나타난다. FC서울은 베프리포트와의 지난 4월 통화에서 심우연 선수 가정 폭행 사건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Q. 이 모든 과정을 구단은 몰랐는가.
A. 과정 하나하나를 자세히 아실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가정폭력과 이혼소송에 대해선 구단도 알고 있었다.
-이혼 소송이 있기 전에도 구단에 도움 요청을 드린 일이 있었다. 그땐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구하며 “애 아빠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하지만 소속 선수이니 더는 가정 폭력을 행사하지 않게 잘 얘기 좀 해달라”고 말씀 드린 바 있다.
-고소장과 이혼 소송장을 받아보니 억울한 부분이 많았는데 심 씨의 건강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소속 선수의 건강 문제인 만큼 구단이 도와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편도, 에이전트도 모두 연락이 안 되는 상황임을 전하고, 건강상 기록을 관리하는 부서에 꼭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구단 관계자께서 전달은 할 수 있지만,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말씀하셨다.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건 구단에서도 알고 있지 않았나'고 여쭈니 '구단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하시더라.

가정폭력 혐의가 드러난 4월 26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부터 지난 5월 6일 K리그 경기까지 계속해서 교체 명단에 심우연의 이름을 올리고 있는 FC서울. 4월 30일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는 심우연이 후반 36반 교체 출전하여 그라운드를 누비기도 했다.

‘SBS FunE’의 단독 기사 이후 관련 내용을 보도한 매체는 베프리포트를 포함해 단 두 곳 밖에 없었다. 스포츠뿐 아니라 사회면 뉴스 헤드를 장식해도 모자랄 사건에 언론마저 침묵했다. 심 씨의 에이전트는 가해자에게 '이혼하는 방법’을 코치했으며, 시가는 이혼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았다. FC서울 프로축구구단은 이미 지난해부터 소속 선수의 폭행을 알고 있었지만 외면했고, 같은 구단 동료인 유명 선수는 김 씨의 도움 요청에 배신으로 비수를 꽂았다. 용기를 내 침묵을 깼지만, 주변에서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았기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더 이상 김 씨가 기댈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김 씨는 단지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과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해 고독하고도 긴 싸움을 결단했다. 상처받았다고 움츠리지 않기로, 피해자라고 고개 숙이지 않기로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속지 않기를,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그는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 

최민솔 기자  solsol@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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