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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인선 부심 “신호도 안 보냈는데 핸드볼 파울 의견 제시? 말도 안 돼”
최민솔 기자 | 승인 2017.04.21 19:39
ⓒMaxPixel

[베프리포트=최민솔 기자] 봄날의 황사처럼, 반가운 K리그 개막에 ‘오심’이란 불청객이 한 차례 기승을 부리고 지나갔다. 황사가 지나가도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처럼, ‘오심’으로 얼룩진 K리그의 피치도 아직 맑아진 게 아니었던 걸까.

지난 서울-광주 경기에서 벌어진 오심에 핸드볼 파울 의견을 주심에게 전하고도 이를 부인해 퇴출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인선 부심이 베프리포트에 연락을 취해왔다. “사형선고를 억울하게 받았다면 선고를 받은 사형수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입장이었다.

이미 판정위원회의 조사와 회의를 거쳐 규정에 따라 징계를 받은 그에게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싶었지만, 어떤 억울한 사연이 있길래 자신을 '사형수'에 비유했는지 그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했다. 베프리포트가 현재까지 세간에 알려진 내용(Issue)과 연맹의 공식 입장을 바탕으로 박인선 부심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Issue. 주심이 핸드볼 파울 여부를 판독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기에 시야가 확보된 제 2 부심이 무선 교신을 통해 핸드볼 파울 의견을 주심에게 전달한 바 있다.
Q. 박인선 부심이 핸드볼 파울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는 건가?
박인선 (이하 '박'으로 표기) : 이상호 선수의 크로스 상황이었는데, 이상호 선수의 발에서 공이 떠나면서 가슴에 가렸다. 그래서 ‘아 공이 안 보이네’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그때 주심이 손에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를 물어보셨다.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1~2초 뒤에 휘슬을 부시더라. 그리고 나서 대기심이 “맞아, 맞아”라고 하셨다. 휘슬을 분 상태에서 대기심이 “맞아, 맞아”라고 말하니 주심은 ‘아, 맞겠구나’하고 판단에 힘이 실렸던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재차 물어보지 않으시더라. 핸드볼 파울 의견 제시는커녕 질문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Q. ‘무선 교신’을 통한 본인의 의견 제시가 없었다는 말인가?
박: 그렇다. 최종 판정은 주심이 하고, 그에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만약 의견을 제시한 게 부심이었다면, 주심은 이를 재차 다른 심판들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주심은 “손에 맞았어?”라는 질문을 한 뒤, 그 누구의 대답도 있기 전에 휘슬을 먼저 불었다.

Q. 무선 교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핸들링 의견을 제시한 사실은 없는가?
박: 부심이 페널티킥을 개진할 때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무선 교신, 즉, 말로 하는 것과 손을 들어 깃발로 페널티킥이라고 시그널을 보내는 방법, 그리고 페널티킥이 맞으면 코너 플랫 쪽으로 걸어가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경기 당시 영상을 돌려보면 알 수 있겠지만, 당시 나는 그 어떤 신호도 보낸 적이 없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Q. 혼잣말로 한 것이 무선 교신을 통해 들렸거나, 머릿속으로 했던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 본인이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박: 만약 그랬다면 더욱 그럴 리가 없다. 말씀드렸다시피 이상호 선수의 등에 가려서 아예 보질 못했기 때문에, 핸드볼 파울이라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경기 종료 후 심판 판정에 항의 중인 광주 선수들 / 사진:MBC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Issue. K리그는 주심, 제1 부심, 제2 부심, 대기심까지 네 명이 헤드셋을 통해 실시간 무선 교신으로 협력 판정을 하고 있으며, 이를 심판평가관이 동시에 모니터링하고 있다.
Q. 주심이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을 때 오심이란 건 알았는가?
박: 그 당시엔 그냥 너무 멍해졌다. 부심의 역할이 주심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판정을 돕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질 못하는 바람에 주심을 돕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이 들었던 것 같다. 국제심판이고 프로 심판이라는 사람이 경기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자책이 가장 컸다. 경기가 끝나고 평가관께서 “오심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

Q. 만약 박인선 부심이 핸드볼 파울 의견 제시를 한 게 아니라면, 함께 교신 중이었던 심판들도 듣지 못했을 텐데?
박: 경기가 끝나고 심판실에서 대기심이 “인선이가 맞았다고 하지 않았냐”는 얘기를 하시더라. 그러자 주심이 “내가 맞냐고 물어봤고, 그때 네가(대기심이) ‘맞아, 맞아’라고 한 건 내 판정에 힘을 실어주려던 거 아니었냐”며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말씀하시더라. 그러면서 주심께서 “오심이라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씀하셨다.

Q. 주심도 박인선 부심의 의견 제시가 없었다는 걸 인정한 셈인가?
박: 그렇다. 경기 직후 심판실에서 하신 말씀이다. 그래서 난 더 마음이 아팠다. 주심보다 부심이 이상호-박동진 선수에 가까이 있었고, 그 상황을 봐서 판단에 도움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으니까. 너무 죄스러워서 그날 밤에도 “이상호 선수에 시야가 가려서 보질 못햇습니다. 제가 봤어야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라고 전화까지 드렸다. 그 통화에서도 주심이 “괜찮다. 형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Q. 징계 발표가 있기 전에 그날 상황에 대해 더 묻는 사람은 없었나?
박: 경기가 종료된 후에 심판평가관이 보고서를 쓰기 위해 만나는 시간이 있다. 모두가 모였는데 평가관께서 “연맹 모니터링 결과, 명백한 오심으로 판명이 났다”라는 전달만 하고 심판들의 의견은 전혀 묻지 않은 채 자리가 끝났다. 원래는 그 자리에서 심판평가관이 심판들에게 “당신은 그 상황을 어떻게 보셨는가”를 묻고 저 심판은 어떻게 봤는지 등을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그냥 헤어진 거다. 그게 서울-광주 경기 당일 있었던 전부다.

Q. 핸드볼 파울 페널티킥 선언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평가관이 문제 장면에 대한 주심 외 심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헤어진 것인데,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는가.
박: 경기 다음 날인 월요일에 평가관에게 전화가 왔다. 월요일 밤이었다. 평가관이 “너는 어제 경기를 어떻게 봤니”라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이상호 선수에 시야를 가려서 보지 못했다. 김성호 주심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똑같이 말했다. 평가관이 알겠다며 전화를 끊더라. 나는 경기가 끝난 뒤 심판실에서도, 그날 밤 주심에게 전화했을 때도, 다음날 밤 평가관이 질문했을 때도 단 한 번의 번복 없이 일관되게 말했다.

Issue. 3월 19일 경기가 있었고, 이틀 뒤인 3월 2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심판판정 평가회의를 개최하여 해당 라운드 전경기 심판 판정을 분석, 평가하였다. 그 결과 주심은 무기한 배정 정지를, 박인선 부심은 퇴출 징계를 받게 됐다.
Q. 박인선 부심의 주장대로라면, 징계는 예상도 못 했을 것 같다.
박: 그렇다. 회의가 있던 21일, 낮 12시 경에 심판위원회 위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두 가지 포인트를 물으셨는데 첫 번째로 “너는 왜 거짓말을 하니?”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진실되게 이야기했고, 심판의 명예를 걸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두 번째로 “여기 있는 모든 평가관이 그 상황을 부심이 봤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넌 왜 그걸 시야가 안 나왔다고 말하니?”라며 질책하시더라. 나는 시야가 정말 확보되지 않았기에 못 봤다고 말을 하는 건데, 못 봤다는 거 자체가 거짓말로 몰리는 상황이었다. 억울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통화를 끊기 전에 위원장께서 “넌 이번 시즌 경기 배정 없을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고 하시더라.

Q. ‘올 시즌 경기 배정 정지’ 통보에도 놀랐을 텐데, 그 이후에 퇴출 결정이 났다.
박: 올해 경기를 못 뛴다는 통보에도 너무 황당해하고 있었다. 근데 몇 시간 뒤 ‘박인선 부심 퇴출’이라는 기사가 나더라. 진짜 너무 화가 나고, 황당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나는 연맹 관계자들이나 기자들도 잘 모른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Issue. 전국심판협회가 두 심판의 징계결과와 징계절차를 문제 삼아 ‘보이콧’에 나섰으나 3월25일 연맹과의 ‘심판간담회’를 통해 의견 교류 후 보이콧 선언을 철회했다. 
Q. 박인선 부심의 주장에 따른 억울한 입장이 전국심판협의 보이콧 배경이 된 것인가?
박: 그건 아니다. 억울하던 찰나에 전국심판협의회에서 연락이 왔다. 징계 결과를 보고 두 심판에게 제대로 된 소명의 기회도 없이 징계 먼저 내린 과정과 그 징계의 수위가 높다는 것에 분노한 것이었다. 징계를 내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이렇게 큰 징계를 내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보이콧의 배경이었다.

Q. 대전에서 전국 심판 칠십여 명이 모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자리에서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박: 나는 “내가 부심으로서 이런 부분들을 봐서 주심을 도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시야가 가려서 보지 못했고, 주심을 돕지 못해 이런 오심이 났고, 이렇게 일이 커졌다”고 밖에 말하지 못했다.

Q. 왜 그 자리에서 억울함을 표하고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 나도 그 자리에 간 건 기자님 말씀처럼 결백을 주장하고 도움을 청하려 했던 것이 맞다. 그런데 억울하다는 어필을 강하게 할 순 없었다.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었고, 한참 선배들도 참석하신 자리에, 전국 심판협의회 회장님이 진행하시는 가운데 초점이 거시적인 부분에 맞춰있어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부당한 징계라던가 심판이 보호받지 못하는 일들을 바로잡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Issue. 심판진 및 심판평가관 전원이 확인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판정 분석과정에서 제 2 부심이 거짓말을 하였기에 심판으로서 신뢰의 의무에 심각하게 반한다고 판단하여, 연맹이 박인선 부심에게 퇴출 징계를 내렸다. 
Q. 박인선 부심의 주장이 맞다고 가정하면, 이 문제의 핵심은 ‘징계’ 자체가 아니라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결백과 누명’이다. 왜 이 중요한 사실을 지금까지 알리지 않았는가.
박: 몇 번이나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주심이 한 말이 있었다. 주심이 '경기는 이미 지나간 것이니 더 이상 얘기하지 말고 징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사실 나는 퇴출이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한 부심’으로 낙인찍힌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주심이 내가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진실이라고 들고일어나면 일어날수록 모든 심판에게 안 좋다고 조언을 하셨다.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고, 아니라고 입을 뗄수록 더 일이 커진다고. 선배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나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나로 인해 다른 심판들께 더 피해가 갈까 봐 걱정됐다. 

Q. 시간이 지나서 이제라도 인터뷰를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박: 사실 나 하나만 조용히 사라지면 간단한 일이다. 이제 프로 심판으로서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명예스러운 ‘거짓말 심판’이라는 누명만은 참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심판의 꿈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고등학교, 한국체대 시절에도 ‘나는 국제 심판이 될 거야’라고 자신 있게 주변인들에게 말해왔다. 친구들에게도 동기들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들도 많았지만, 심판이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두 포기했다. 지난 시즌에 K리그 클래식에 올라와 드디어 꿈을 펼칠 수 있게 돼서 기뻤다.
박: 오랜 시간 꿈꿔왔던 일인 만큼, 심판의 명예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가 심판 자격을 잃더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거짓말을 한, 자질 없는 심판’이라는 부분만은 꼭 바로잡고 싶었다.

최민솔 기자  solsol@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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