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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솔의 웨딩피치] “빨리 오라고!” 이승우, 왜 그의 인성을 논하는가
최민솔 기자 | 승인 2017.03.28 18:49
사진: 이승우 SNS

축구에 빠져 연애도 뒷전이었던 최 기자. 그가 피치(Pitch)와 결혼했다. [최민솔의 웨딩피치]에서는 피치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를 ‘애증’어린 시선으로 조명한다. 결혼생활이 그렇듯,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살벌하게. [편집자 주]

“불이야!”, “저 도둑놈 잡아라!”, “사람 살려!” 위급한 상황에서 하는 말들. 어쩌다 보니 모두 반말이다. 하지만 이를 듣고 ‘감히 도움을 구하면서 어디 반말을 쓰냐’고 건방지다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낯선 사람에게도 존댓말을 쓰며 예의를 갖춰야 하는 여기는 대한민국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빨리 오라고!”를 외친 축구선수 이승우에게 향하는 시선엔 유독 날이 서 있다.

#말 그대로 ‘Emergency’, 아찔했던 정태욱 선수의 사고 장면
27일 오후 7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 잠비아와의 2차전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후반 34분, 공중볼 경합 중 정태욱 선수가 잠비아 선수와 충돌하며 그라운드로 추락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정태욱 선수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말 그대로 위급상황이었다. 보통 그라운드 위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두 선수 간의 충돌은 맨몸으로 당하는 교통사고에 버금간다. 공중볼을 두고 다투다가 그라운드로 추락하는 경우는 뇌진탕의 위험과 선수생활을 끝내야 할 정도의 큰 부상은 물론, 영영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위험까지 내재한다.

다행히 정태욱 선수는 의식을 찾고 정밀검사를 한 결과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받았다. 목의 부상은 4~6주의 치료와 회복 기간이 필요하긴 하나, 뇌 혹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KBS 중계화면 캡처

#긴급 상황 속, 빛났던 동료 선수들의 ‘국대급’ 응급처치
정태욱 선수의 빠르고 무사한 병원 이송에는 동료 선수들의 공이 컸다. 의료진이 그라운드를 밟기에 앞서 정태욱 선수의 호흡이 없는 것을 발견한 동료 선수들은 즉각적으로 응급 처치에 나섰다. 이상민 선수는 직접 손을 넣고 혀를 빼내어 기도를 확보했다. 의료진이 도착한 건 이상민 선수가 인공호흡까지 한 뒤였다.

정태욱선수의 상황을 확인한 의료진은 대기 중인 구급차에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여러 선수의 손짓에도 구급차의 시동은 걸리지 않았고, 이에 이승우 선수는 불같이 화를 내며 “빨리 오라고!”를 큰소리로 외쳤다. 선수들과 의료진의 손짓이 이어졌고, 이후 구급차가 경기장 내로 들어왔다. 구급차가 들어왔을 때, 정태욱 선수는 동료 선수들의 도움으로 이미 호흡을 찾고 조금씩이나마 의식을 보이고 있던 중이었다.

구급차가 도착한 뒤에도 동료 선수들은 정태욱 선수의 팔을 내려놓고, 축구화를 벗기고 테이핑을 풀어내는 등 혈액순환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자신들도 놀랐을 상황에서 침착한 응급 처치도 ‘국가대표’ 급이었다.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에게 ‘객관적’ 시간이 무슨 의미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구급차의 대응이 정상이었네, 늦장이었네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추후 본 대회를 위해 응급조치가 더 빨라야하는 게 아닌가를 논하는 건설적인 토론은 아니다. ‘이승우가 욕먹는 타당성’을 두고 하는 논쟁이다. 만일 늦장이었다면 이승우의 고함이 당연한 것이고, 아니었다면 이승우가 어련히 올 구급차에 유난을 떤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말 그대로 위급상황이었다. 긴급한 상황에 부닥친 이들에게 ‘객관적’ 구급차 도착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긴박한 상황과 다급한 선수들의 마음은 전파를 타고도 전해졌다. 구급대원들이 ‘빨리’ 오고 있었다고 해도, 위급한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의 이승우가 그래도 ‘더 빨리’를 외치는 것은 당연했다.

정태욱 선수가 나간 뒤 눈물을 글썽이는 잠비아 선수(위), 화이팅을 외치는 대한민국 U-20 국가대표 선수들(아래)
/사진: KBS 중계화면 캡처

#영웅이 된 어린 선수들, 그들은 사실 ‘무서웠다
‘그래, 상황이 상황이었으니 만큼 흥분하고 소리 질렀던 것은 이해한다‘며 이승우의 격분에 공감을 표하는 의견들도 생기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승우가 고함과 함께 내뱉은 욕설에는 비난이 따른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욕설은 인성 문제라는 것이다.

동료를 살린 영웅이 된 선수들의 나이는 고작 만 20세에 불과하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이들은 “사실은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순간적으로 쓰러진 동료의 상황이 두려웠고, 이전에 경험했던 아찔한 순간들, 있어서는 안 될 일들까지 그들의 머리를 스쳐 갔다. 나이와 상관없이 무서운 게 당연했을 상황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 칭찬할 일이지, 그들이 느낀 무서움 자체에는 잘못이 없다.

이승우라고 달랐을까. 평소 당찼다고 한들, 우리한테 익숙한 얼굴이라고 한들 이제 고작 스물이 된 이승우다. 정신을 잃은 동료가 걱정됐고 빨리 오지 않은 구급차가 원망스러웠으며, 상황이 두려웠을 것이다. 상황은 이해해도 ‘어린놈’이 어디서 욕을 쓰냐는 이들은 실제로 ‘어린’ 나이의 이승우를 이해할 요량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사진: 이승우 SNS

#유독 이승우에게만 박한 시선, 손가락질을 멈추길
동료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승우가 “여기 지금 경기장 안인데요, 제 동료 선수가 볼 경합 중에 공중에서 바닥으로 쿵 하고 쓰러졌거든요. 지금 숨도 못 쉬는데요, 저러다가 선수생활 못 하거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니 빨리 좀 와주세요”하고 고개라도 숙였다면 시선은 달라졌을까. 그랬으면 그런대로, 또 다른 인성 문제를 들먹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승우가 뱉은 고함과 욕설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여기가 예의 동방지국 대한민국이어서도, 그의 태도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어서도 아닌 것 같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한 게 ‘이승우’라서 불편한 이들의 시선이 불편하다. 매번 ‘어린놈’ 이승우 의 싸가지와 건방짐을 논하는 이들의 속마음엔, 그럼에도 잘나가는 ‘어린놈’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는 건 아닐까.

도덕적 문제가 있어도 실력만 좋으면 상관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불이야!”, “저 나쁜 도둑놈 잡아라!”, “사람 살려”와 같은 상황에서도 이승우의 인성을 들먹이는 손가락질은 부당하게만 느껴진다. 

최민솔 기자  solsol@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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