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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솔의 웨딩피치] 광주FC '화니'의 특별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최민솔 기자 | 승인 2017.04.24 15:28

[베프리포트=최민솔 기자] 축구에 빠져 연애도 뒷전이었던 최 기자. 그가 피치(Pitch)와 결혼했다. [최민솔의 웨딩피치]에서는 피치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를 ‘애증’어린 시선으로 조명한다. 결혼생활이 그렇듯,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살벌하게. [편집자 주]

사진: kingofwallpapers

광주에 사는 열일곱 살 난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취미는 축구관람, 특기는 프리킥. 또래 열일곱 살짜리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취미와 특기를 가지고 있다구요? 하지만 축구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어요.

밝고 활달한데 엉뚱하기도 한 이 녀석은 여덟 살이 되던 해에는 축구가 너무 좋아 머리를 축구공 무늬로 염색까지 했어요. 결과는? 뻔하죠, 된통 혼이 난 뒤에 제 머리 색을 복구했거든요.

열 살이 되던 2010년, 광주에 진정한 지역 연고 팀인 '광주FC'가 생겨났어요. 남다른 축구 사랑을 가지고 있던 아이는 가족들을 조르고 졸라 광주FC의 홈인 광주월드컵경기장으로 이사까지 갔답니다. 축구를 TV로 보는 식구들에겐 정색을 하고 경기장에 데려갔고요.

이렇게 밝고 대찬 아이에게도 아픔은 있었어요. 축구를 좋아하는 열정만으로는 친구들과 함께 공을 찰 수 없었던 거에요.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공놀이를 하고 싶었지만 자주 소외됐고, 아이들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답니다. 함께 공을 차는 친구들보다 약한 힘과 작은 체구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거기서 관둘 정도의 애정은 아니었죠. 프리킥만은 경기 중에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찰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아이는 밤이고 낮이고 맹훈련을 거듭했어요. 마침내 동네 친구들도 모두 “프리킥 휘어지는 모습이 예술!”이라고 엄지를 치켜들 정도의 프리킥 신동으로 발돋움했답니다.

글을 읽어 내려오면서 저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을 것이다. 체구는 조금 작지만 야무지고 개구진 얼굴을 가진 한 소년. 하지만 놀랍게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17살짜리 ‘소녀’다. 위 이야기는 광주FC의 마스코트 ‘화니’의 프로필을 길게 풀어 쓴 것이다.

 K리그 구단들의 각양각색 마스코트들 / 사진: 대전FC, 부천FC1995, 부산아이파크, 울산현대, 강원FC 구단 홈페이지 

#당연한 듯, 당연하지만은 않은 ‘남자’ 마스코트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의 모든 구단이 마스코트를 가지고 있다. 동물, 외계생명체, 지역특산물, 장군까지 정체성도 다양하다. 대부분 마스코트들의 성별은 당연하게도 남자이다. K리그 자체가 남자 축구 리그인 데다, 남성 축구 팬들의 숫자가 더욱 많은 것을 고려했을 때 대표 마스코트의 성별이 남성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암수 한 쌍의 마스코트가 같이 활동하는 구단의 경우 남성 마스코트는 항상 그라운드 위의 투지를 나타내 씩씩하고 주체적인 반면에 여성 마스코트는 예외 없이 그런 남성 마스코트를 보조하거나, ‘응원’하는 것으로 역할이 제한된다. 남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K리그 구단들의 여성 마스코트 이미지 

#다시 생각해보는 마스코트의 역할, 그래서 더 아쉬운
마스코트는 이미 축구를 잘 알고 경기 자체를 보러온 팬들보다는 어른들을 따라온 아이들, 팀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더 중요한 ‘팀의 얼굴’이다. 축구장으로 나들이를 온 가족들에게 친근함을 주고 경기장과 구단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 구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역할을 감안했을 때 K리그 구단들의 마스코트들이 갖는 한계는 아쉽기만 하다. 주체적으로 공과 어울리고, 응원을 주도하는 남자 캐릭터들과 달리 그런 남자 캐릭터 옆에서 리본을 달고 보조하는 여자 캐릭터들의 모습은 자연스레 축구장에서의 성 역할을 아이들에게 인식 시킨다.

울산의 미호는 리본을 달고 있으며 경남의 여자캐릭터는 심지어 이름까지 “예뿌”로 축구장에서도 예뻐야 하고, 여성스러워야 하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반영됐다. 축구장에 온 아이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광주의 여자 마스코트 '화니' 이미지 ⓒ광주FC

#광주 마스코트 ‘화니’가 던지는 질문, 그리고 대답
하지만 광주의 메인 마스코트는 여자 캐릭터인 ‘화니’로 취미는 직관이요, 특기는 프리킥이다. 남성 캐릭터인 보니는 이런 화니를 쫓아다니며 돌본다.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는 이러한 광주의 생각 ‘뒤집기’는 구단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현시대의 고정적 성 역할 개념에 질문과 답을 동시에 던진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남학생들과 구령대 근처에서 앉아있는 여학생들의 풍경은 흔한 대한민국 초등학교 체육 시간의 모습이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은 ‘축구=남성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두고 자라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렇기에 축구장만큼은 달라야 한다. 축구장만큼은 성별과 나이, 인종과 관계없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광주의 마스코트 화니는 축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여자도 축구를 좋아할 수 있다고, 여자가 직관을 더 좋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유일한 K리그의 여성 메인 마스코트 화니의 존재가 고맙고도 특별하다. 동시에, 축구장의 ‘여성’ 마스코트 화니가 더는 특별하지 않게 될 어느 날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최민솔 기자  solsol@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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