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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솔의 웨딩피치] "아, 우리가 한다니까" 김진수, 그의 도발이 위험한 이유
최민솔 기자 | 승인 2017.02.22 16:34
현재 비공계로 전환된 김진수 선수의 인스타그램 계정

[베프리포트=최민솔 기자] 축구에 빠져 연애도 뒷전이었던 최 기자. 그가 피치(Pitch)와 결혼했다. [최민솔의 웨딩피치]에서는 피치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를 ‘애증’어린 시선으로 조명한다. 결혼생활이 그렇듯,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살벌하게. [편집자 주]

빛과 그림자가 명백한 SNS. 퍼거슨은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지만 잘 활용하면 이만큼 좋은 홍보와 소통의 수단도 없을 것이다. 1초 만에 한 번의 클릭으로 무엇이든 올릴 수 있는 이 ‘개인의 공간’. 하지만 가벼운 접근성에 비해 그것이 주는 책임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겁다.

SNS를 팬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가장 바람직하게 활용했던 국가대표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김진수이다. 김진수는 지난달 구단 인터뷰에서도 “팬들과 소통을 중요시한다. SNS를 통해서 항상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돌연 비공개로 SNS계정을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논란이 된 김진수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ACL 첫 경기 나란히 패한 서울-울산, “아, 우리가 뛴다니까”
21일 저녁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FC서울과 울산현대가 조별예선 1차전에서 각각 상하이 상강과 가시마 앤틀러스에 패했다. K리그 두 팀이 모두 패배를 당한 직후 김진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 우리가 한다니까”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우리(전북현대)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섰어야한다’는 뜻으로 비춰지면서 현재 축구 팬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다. 각종 커뮤니티로 캡처가 퍼날라지면서 김진수는 몇얼마 뒤 공개 계정을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했다.

호펜하임에서 전북으로 거취를 옮긴 김진수 ⓒ전북현대

#유럽식 유머? 패기는 ‘좋아요’
김진수는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K리그 전북현대로 거취를 옮겼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능력을 인정받은 국가대표 출신의 분데스리거가 전북을 선택하기까진 지난 시즌 전북이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김진수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데뷔는 좌절됐다. 전북이 김진수 영입을 발표한지 일주일 뒤, 아시아축구연맹은 전북의 2017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 제한을 발표했다. ACL 데뷔를 일 년 미뤄야 하는 아쉬움과, 첫 경기를 나선 울산과 서울이 나란히 패하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이 더해졌을 김진수는 ‘아 우리가 뛴다니까’라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 말에는 아쉬움과 더불어 ‘내가 뛰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 우리 팀이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하는 본인의 실력과 팀에 대한 자부심도 깔려있다. 겸손이 미덕인 사회 특성상 우리나라 선수들에게선 ‘누가 뭐래도 내가 최고야’ 같은 스타일의 입담 과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침없는 유럽선수들처럼 ‘실력 부심’과 ‘팀부심’을 격하게 드러내기는 어려운 K리그에서 김진수의 발언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2016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2017년엔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 매수 사건을 생각하면, ‘싫어요’
하지만 그저 젊은 선수의 패기로 치부하기에 그가 속한 팀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있다. 전북이 심판에게 금품을 건넨 사건이 바로 그것. K리그 최강팀의 심판 매수 사건은 전북 팬들은 물론 K리그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선수들도 구단이 지난 시간 저지른 잘못의 희생양이다. 2013년에 벌어졌던 사건으로 인해 2017년의 김진수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TV 중계로 보는 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 자신이 전북의 과오에 대한 ‘희생양’이기에 그의 언행은 더욱 신중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이 뛰는 리그가 심판 매수, 승부 조작과 같은 일들이 가볍게 여겨지는 리그라면 그의 가치 역시 하락하게 된다.

당장의 ‘내가 뛰었으면 더 잘 했을’ 경기는 길게 본다면 그가 몸담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가 깨끗해지는 과정 중 하나이다. 놓친 2017 시즌 ACL 무대에 대한 답답함은 이해하지만, 그의 농담 섞인 게시글은 웃자고 넘기기엔 너무 큰 씁쓸함을 남긴다.

김진수의 글에 남긴 울신 출신 김신욱(위)과 이재성(아래)선수의 댓글글

#친정팀 팬들 마음에 못 박는 선수들, '안 돼요'
김진수의 게시글과 함께 논란이 된 것은 전북현대 동료 선수들의 반응이다. 하필 또 댓글을 작성한 선수들은 김진수 게시글 저격 대상 중 하나였던 ‘울산현대’ 출신이다.

김신욱은 2008년 울산에 입단해 쭉 울산을 지키다가 2016시즌부터 전북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이재성은 2010년 울산에 이적해서 2016시즌까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울산에 몸을 담았다. 김신욱과 이재성은 김진수의 글에 각각 “ㅋㅋㅋㅋㅋㅋ”과 “너가 최고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축구에서 친정팀에 대한 예의는 자신을 응원했던 팬들에게 지켜야 할 불문율이다. 그래서 축구 경기에서는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득점했을 경우 세레머니를 최소화하거나, 경기가 끝난 후 친정팀 서포터즈석으로 가 인사하는 장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울산에서 전북으로 둥지를 옮긴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선수들이 모두가 보는 게시글에 남긴 댓글에 친정팀 팬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 댓글들이 정말 울산의 경기에 관한 것이었는지, 무엇을 향한 웃음이고 찬사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울산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댓글이었음은 분명하다.  

최민솔 기자  solsol@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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