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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의 生각]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사람이기에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우주의 별이’“빠순이면 쉬웠겠다... 공 안 들여도 자달라면 자주고” 너무나 위험한 ‘빠순이’에 대한 정의
김주현 기자 | 승인 2017.02.02 13:36
ⓒMBC

[베프리포트=김주현 기자] “아니, 뭐, 하긴. 빠순이면 쉬웠겠다. 띨띨해 갖곤 밀당 없어, 갖다 바쳐, 공 안 들여도 자달라면 자주고.”

나는 갑자기 쉬운 사람이 됐다. 그것도, ‘아이돌 팬들’이 보는 드라마를 보다가. 당황스러웠다. 연이어 나오는 말이 가관이다. “그 빠순이 덕에 이만큼 뽑아낸 거예요.” 등장인물들은 팬들을 ‘빠순이’로 칭하며, 아무렇지 않게 ‘조공’이란 단어를 입에 오르고 내린다.

엑소 수호가 주연을 맡은 ‘우주의 별이’ 속 대사다. 엑소 수호는 국내 정상급 아이돌그룹의 멤버다. 엑소 수호는 ‘연기’라는 이름 아래서 ‘저급한 대사’를 들어야만 했다. 15세 관람가 드라마 속에서, 아이돌그룹의 팬들은 ‘쉬운 상대’, ‘조공을 바치는 사람’ 쯤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서 시청할 수 있는, 아이돌그룹이 주연인 드라마 속에서 팬들을 다루는 시선이 이렇다하니, ‘빠순이’들이 어디 가서 무시당하는 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된 부분 방송화면 캡처

누군가는 반문할 수도 있겠다. 드라마 대사는 대사일 뿐이라고. 하나의 장치인데 왜 이렇게 화를 내느냐고. 하지만 대사는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주 시청 층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은 물론, 비하의 의도가 분명한 ‘혐오’가 들어가 있다. 아이돌그룹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아예 ‘낮은 사람’으로 치부하는 게 문제다. 드라마 속 악역은 드라마 속에서만 그 장치를 다한다. 어떻게 나쁜지, 대사와 행동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우주의 별이’ 속 저 대사들은 ‘빠순이’라는 단어 하나로 프레임을 씌운다. 어디가 어떠한지도 모른 채 ‘그저 자주는 사람’, ‘밀당 없는 사람’, ‘띨띨한 사람’이란 말로 모든 상황을 마무리한다.

‘우주의 별이’ 속 매니저는 “아, 무슨 사람이 ATM이랑 연애를 해요?”라고 말한다. ‘ATM’은 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이돌그룹의 앨범이나 굿즈가 나올 때마다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모습을 두고 비유 아닌 비유를 했다. 그런데 김지현 PD는 “‘우주의 별이’는 팬들을 위한 드라마”라고 언급한 적 있었다. MBC 측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PD에게 이 드라마는 ‘ATM’을 위한 작품이었다. 공감은커녕 헛웃음만 나왔다.

팬들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사람이 참 많다. 아이돌그룹의 팬들이 기꺼이 돈을 쓰고, 열정을 붓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감정 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감정을 ‘빠순이’라는 단어로 폄하하고, 비하하는 것이 참 유치한 일이란 걸 왜 모를까. 아름다운 감정을 비하하고 낄낄거리는 그들이 참 불쌍할 뿐이다.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으니, 팬심을 존중할 줄도 모르니, 참 ‘가관’이다.

김주현 기자  kjkj803@beff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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