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백
    여백
  • 여백
HOME Football 기획
[정일원의 Box to Box] 흔들리는 맨유, 폴 포그바 그리고 ‘험블브래그’
정일원 기자 | 승인 2016.09.18 13:15
▲ 큼직한 사과가 새겨진 노트북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 ⓒ PublicDomainPictures.net

[정일원의 Box to Box]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인생이라면 축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축구 역시 '우리 편 골대에서 상대 편 골대 사이' 그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Box to Box]에는 이처럼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편집자 주]

SNS를 훑는데 사진이 올라왔다. 한 지인이 공부를 하러 카페에 간 모양이다. 테이블 위에 볼펜과 책이 조화롭게 널려있다. 그런데 눈길이 가는 곳은 큼직한 사과가 새겨져 있는 흰색 노트북이다. 문득 떠오른 생각, ‘은근슬쩍 새로 산 노트북을 자랑하고 싶었을까.’

‘험블브래그(humblebrag)’는 겸손한(humble) 척하면서 은근히 자기 자랑(brag)을 하는 행위 혹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2014년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신조어다. 브래그 앞에 붙은 험블은 보는 이들의 위화감을 줄이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표면적인 무게중심이 브래그보다 험블에 있다. 평소 공부와 담쌓고 지냈던 지인이 노트북 옆에 구태여 볼펜과 책을 펼쳐놓은 것은 ‘맥락’의 확보를 위한 계산된 행위였으리라. 요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 은은한 자랑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반대로 ‘그러려니’ 수긍하거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잖다.

따지고 보면 성공한 축구스타들도 경기장에서만큼은 지독한 ‘험블브래그’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들의 능력을 ‘대놓고’ 뽐내지 않는다. 패스할 땐 패스하고, 수비할 땐 수비한다. 공격수니까 당연히 골도 많이 넣는다. 전술이라는 틀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브래그가 이루어지니 그것은 허세가 아니라 누가 봐도 실력이다.

▲ 폴 포그바는 세계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하며 유벤투스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 사진: 폴 포그바 공식 SNS 갈무리

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선수가 되어 영국으로 돌아온 한 청년은 ‘험블’을 깨끗이 잊어버린 것 같다. 이적료 8,900만 파운드(한화 약 1,324억 원)를 기록하며 유벤투스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적을 옮긴 폴 포그바가 그렇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전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지난 맨체스터 더비와 페예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서 확연히 드러났다. 유로파리그 경기가 끝난 뒤 맨유의 레전드 폴 스콜스는 “포그바는 3~4명을 제치려고 한다. 맨유는 여러 명을 쉽게 제치는 리오넬 메시를 사온 것이 아니다. 중원서 싸우고, 전진 패스를 공급하는 선수를 사 왔다”며 포그바의 경기력에 일침을 가했다.

맨유에서의 포그바는 딱 잘라 ‘맥락’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선수가 돼 버린 포그바는 항상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있다.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개인기를 활용한 탈압박에 치중한다. 압박을 뚫어내도 다음 동작에 대한 고민이 더디니 공을 질질 끌다가 빼앗긴다.(물론 동료들의 움직임이 기민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지난 두 경기서 혼자 매듭지으려다 여러 번 꼬였다. 근래 포그바가 보여준 플레이는 ‘나 이 정도 해(혹은 할 수 있어)’라는 자기 과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최근 맨유는 맨체스터 더비에 이어 페예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서도 패하며 침체에 빠졌다. 포그바는 페예노르트전 혼자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먼 거리서 중거리슛을 시도했고, 혼자서 3~4명의 수비를 제치려 했다. 자신의 플레이와 동료들의 움직임에 불만이 많았던 걸까. 여러 차례 짜증을 내곤 했다. / 사진: SPOTV 중계 화면 갈무리

유벤투스 시절 포그바는 그 누구보다 팀이라는 맥락 속에 오롯이 녹아들었다. 중원서 양질의 패스를 공급해 공격 전개를 도왔고,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직접 골망을 흔들었다. 위치와 본분을 잊지 않고 은근히 자신의 가치를 뽐냈다. 사진 찍을 때 볼펜과 책을 빼먹지 않았다. 그렇게 포그바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선수가 됐다.

명확하다.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려야 한다. 뜬금없는 자기 과시인지, 일리 있는 ‘자랑질’인지 보는 팬들이 대번에 안다. 포그바 본인이 애쓰지 않아도 실력은 테가 난다. 유벤투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맨유에서도 세계 최고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되면 그걸로 모두가 족하다. “나는 포그바가 ‘이적료’를 잊고 자신의 축구를 보여주길 바란다”는 무리뉴 감독의 조언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평소 SNS를 즐겨 하는 포그바 이니 해시태그가 뭔지 잘 알고 있을 터. 앞으로 경기장에서 다음 3개의 해시태그는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겼으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폴포그바’ 그리고 ‘#험블브래그’.

정일원 기자  1one@beffreport.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press@beffreport.com
BEST Entertainment / Football Friends 글이 주는 감동. 베프리포트
<저작권자 © 베프리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일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제휴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ㆍ광고문의
주식회사 베프리포트  |  T/F 02-521-1793
등록번호 : 경기 아 51330  |  등록 및 발행연월일 : 2015년 11월 2일
제호: 베프리포트   |  발행인·편집인 : 정일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민솔
발행소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37길 24-9 B02호,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경춘로 2248번길 40
대표문의 : 1one@beffreport.com  |  보도자료 : press@beffreport.com
Copyright © 2021 베프리포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